유재석과 강호동의 치열한 접전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예능늦둥이의 탄생과 예능계의 우먼파워 등 보석같은 존재들이 예능에 자리를 잡았건만, 유독 몇 사람들은 홀연히 TV를 떠났다. 박수칠 때 떠난 것이 아니라 뭔가에 떠밀리듯 구부정하게 떠나갔다. 그랬다. 그렇게 김제동은 4년 여 동안 MC를 맡았던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하였다.

제작진은 개편을 맞아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MC를 교체하는 것일 뿐이고, 그가 너무 오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김제동의 소속사 측에서는 마지막 녹화 3일을 앞두고서야 일방적으로 교체를 통보했다며, 황당하고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 김제동
당연히 시청자들은 발끈하였다. 그에게는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제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전 행사에 사회를 맡았고, 쌍용차 파업 사태 등과 관련해 자신의 소신을 밝힌 적도 있는 할 말은 하는 예능인이었다. 김제동을 두고 김구라는 김제동이 정권이 바뀐 후 프로그램 수가 줄고 있다며 ‘좌파’ MC라 칭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랬다. 김제동에게는 남다른 소신이 있었고, 그 소신을 표현할 줄 아는 걸출한 MC였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에게 터부시되는 정치적 발언 아니, 정치적 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일에 그는 개의치 않았고, 보편적 시민들에게 그러하듯 희대의 사건을 두고 그는 자신의 감정과 판단에 솔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게 ‘독’이 되었다.

하여간 그렇게 눈물과 웃음을 보이며 <스타골든벨>에서 떠나야했던 김제동은 이후, MBC 파일럿 프로그램 <오마이텐트>에 출연했다. 허나 썩 괜찮은 시청률과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규방송에는 편성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2009년 비단, 떠나간 이는 김제동 뿐만이 아니었다. 예능계에 불어 닥친 정치적 논란은 작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드세게 일면서 시작되더니 결국 2009년에도 그렇게 몇몇의 연예인을 재미와 감동과는 무관한 정치적인 이유로 TV에서 퇴출시켰다. 비근한 예로 한때, 연관검색어로 ‘청산가리녀’가 뜨던 배우 김민선은 최근 김규리로 개명하기까지 하였다. 정확한 인관 관계는 아닐지라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들이 느꼈을 피로감과 고립감을 짐작할 만한 개명이었다.

▲ 이하나
지난 해 정치적 외압으로 하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윤도현을 대체하여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후속 <이하나의 페퍼민트>의 진행자가 되었던 이하나의 경우도 무언가 석연치는 않은 이유로 후다닥 떠나갔다. 그녀 역시 작품 때문이라는 하차 이유를 밝혔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세간에서는 그녀가 올 초 윤도현과 함께 ‘한국대중음악상’의 사회를 본 게 화근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에게 치밀하게 감시를 받고 있는 <무한도전>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김태호PD의 자막신공과 상황설정이 내내 거슬리는 누군가들은 개그는 개그일 뿐임을 인정하지 못한 채 정치적이라고 하기도 요상한 시비를 걸어, 내가 웃을 권리마저 방해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희롱하고, 정부 정책을 조롱할 수 있는 <무한도전>의 수준 높은 웃음을 이해하기엔 감시자들의 뇌구조가 너무 단순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건, 정말 재미없는 상황이다. 웃자고 하는데, 죽자고 덤비는 꼴이니 말이다. “콩트는 콩트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어느 예능프로그램의 말처럼, 제발 예능에 추악하고 계산적인 가위질을 내년에는 좀 멈춰 달라. 정치적인 이유를 핑계로, 권력이라고 하는 알량한 잣대로 웃음 주는 사람들을, 감동 주는 사람들을 더는 괴롭히지 말자.

이것이야 말로 정말 “빵꾸똥꾸” 같은 사람들의 “빵꾸똥꾸” 같은 짓이 아니겠는가. 헌데, “빵꾸똥꾸”도 안 된다는 마당이니, 뒷골만 점점 뻐근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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