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KBS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의 한장면이다.

지난 금요일 열린 제2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보며 불안한 기운을 감지했다. 아무래도 시상식에서 여배우들이 입은 드레스를 다음주 내내 다시봐야 할 것 같았다. 나쁜 예감은 왜 적중할까? 주말 내내 본것은 둘째치고, 월요일 아침부터 복습이 시작됐다.

KBS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 청룡영화상 특집으로 꾸며졌다. 시상식 현장에 도착한 배우들을 한명 한명 카메라에 담고, 참석 소감도 들었다. 의상 콘셉트를 묻는 것은 필수다. 의상전문가의 인터뷰를 삽입해 이번 시상식 복장의 특징이 무엇인지도 분석했다.

복습은 방송 안에서도 계속 된다. 포토라인 앞에선 배우들이 촬영하는 장면을 다시 카메라에 담으며, 드레스 별 특징들을 소개했다. 화려한 드레스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이 무엇인지도 역시 전문가 인터뷰를 도입해 알려줬다.

다음은 시상식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감동과 웃음을 줬던 스타들의 시상식 발언들이 나왔다. 다니엘 헤니와 한예슬의 공연 등 당일 행사의 각종 이벤트들도 주요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나중에는 화장실 들어가는 남자 배우들에게까지 카메라가 따라 붙었다. 참고로 청룡영화상 본방송도 KBS가 중계했다.

같은 시간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아침>도 청룡영화상을 복습하고 있었다. <여유만만>보다는 방송시간이 짧았다. 40분 동안 드레스의 특징과 주요 장면을 보여줬다.

그나마 KBS처럼 방송안에서 또 다른 복습을 하는 일은 없었다. 전체 화면에 촬영장 현장 장면을 내보내면서, 화면 하단에 작은 박스를 마련했다. 그 박스 안에서 전문가들의 드레스를 평가하는 장면을 담아 편집에서 KBS와 차별성을 보였다.

친절도 하다. 이번 영화제 의상의 섹시 포인트는 가슴과 다리라고 설명해주며, 그 부위들을 집중해서 카메라에 담았다. 체형에 따라 어떤 드레스가 어울리는 지도 알려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남북정상회담이라도 다시 한줄 알았다. 왜 똑같은 장면을 똑같은 시간에 두 방송사에서 동시에 틀고 있는걸까? 그것도 드레스가 아니라 여배우들의 가슴에만 카메라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여러면에서 아침부터 불쾌감을 줬다. 영화제 시상식을 한건지 모델 선발대회를 한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참석자들을 배우가 아니라 드레스 입은 상품으로 취급하는 듯 느껴졌다. 영화제가 직접 나서 여배우들 무대 위에 세워놓고 옷차림 감상하게까지 했으니 방송이 이러는 것은 어쩌면 놀랄일도 아니다.

더 짜증나는 건 안일한 제작태도다. 드레스에 대한 정보는 케이블 패션전문 프로그램 보다 약했고, 나머지 장면은 이미 볼만큼 본 장면들이다. 인터넷만해도 어딜가도 영화제 사진들이 돌아다녔다. 차라리 주부대상 프로그램을 고려해 주부들이 좋아하는 남자배우들에게 집중했다면 웃으면서 봤으리라.

같은 날 밤 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에서 강호동은 사투리의 강력한 압축능력을 설명했다. 서울말로 '제발, 그러지 좀 마! 제발 그렇게 안하면 안돼?'를, 경상도 사투리로 '쫌!' 한마디로 표현가능하다고 했다.

응용하자. 드레스 분석 방송,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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