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다. 안 후보가 확장성의 함정에 빠져 자초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7일 발표된 리얼미터 4월 4주차 주중 여론조사(24~26일 전국 성인남녀 1520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 응답률 11.8%, 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p)에서 안철수 후보는 지난주보다 5.6%p 하락한 2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44.4%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21.6%p 차이다. 오히려 13%의 지지를 얻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의 격차가 9.8%p 차이까지 좁혀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는 우선 우클릭이 꼽힌다. 4월 초 문재인 후보와의 양강구도가 형성되면서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도한 우클릭이 부작용을 불렀다는 얘기다. 안철수 후보의 세부 지지율을 살펴보면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념성향별로 살펴보면 진보, 중도층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4월 2주차 리얼미터 주간 여론조사(10~14일 전국 성인남녀 2546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 응답률 9.8%, 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1.9%p)에서 안 후보는 진보층에서 20.1%의 지지를 얻었지만, 3주차 주간(19~21일 전국 성인남녀 1530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 응답률 13.6%, 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p) 18.1%, 4주차 주중 11.2%로 하락했다. 2주동안 8.9%p 하락했다.

중도층에서의 지지율 하락도 두드러진다. 4월 2주차 중도층에서 38%의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후보는 3주차 33.5%, 4주차 26.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안 후보의 우클릭이 자신을 지지하던 기존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계기가 된 셈이다.

안철수 후보에서 빠져나간 진보·중도 표심은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골고루 나눠가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4차례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선전한 결과로 회자된다.

진보층에서 4월 2주차 4.6%였던 심 후보의 지지율은 4주차 10.6%까지 상승했고, 중도층에서도 3.3%에서 6.9%로 올랐다. 유승민 후보는 중도층에서의 지지율이 2.4%에서 6.3%까지 올랐다.

더 큰 문제는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에서도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후보가 '1등 보수'로 떠오르면서부터다. 홍 후보가 경남지사 직을 사퇴한 이후 본격적인 보수층 흡수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후보의 보수층 지지율은 4월 2주차 28%에서 3주차 30.5%, 4주차에는 38.5%까지 상승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보수층 지지율은 2주차 44.3%에서 3주차 34.3%, 4주차 25.1%까지 2주 간 19.2%p 폭락했다.

보수의 심장 TK(대구·경북)지역에서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도 완연하다. 안 후보는 TK지역에서 4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37.5%의 지지를 기록했으나, 3주차 32.2%, 4주차에는 25.5%까지 하락했다.

결국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안 후보의 집토끼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안 후보는 반기문-황교안-안희정으로 향했던 '반문 정서'에 기반한 문재인 비토층을 상당수 흡수했었다. '확장성'이 넓다는 말도 되지만, 동시에 기초가 부실한 '사상누각'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비토층을 자신의 완전한 지지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관된 입장과 안정감을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TV토론과 박지원 상왕론, 김미경 교수 특혜 채용, 보좌관 갑질 등의 검증 공세가 맞물리면서 보수층이 중시하는 안정성이 급격히 흔들렸다"면서 "인물 평가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완전히 밀렸다"고 평가했다.

엄경영 대표는 "대선후보들의 TV토론을 평가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TK 지역에서 안철수 후보의 평가가 한 자리 수, 꼴찌로 야박한 점수를 받았다"면서 "결국 TK를 중심으로 한 보수층에서의 지지율 하락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안철수 후보는 우클릭으로 기존 지지층을 잃고, TV토론, 검증 방어 등의 실패로 유입된 문재인 비토층마저 잃었다는 것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와 달리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공고하다. 문 후보는 4월 2주차 진보층 68%, 중도층 46.1%, 보수층 16.3%, 3주차 진보층 69.5%, 중도층 46.6%, 보수층 17.5%, 4주차 진보층 70%. 중도층 46.8%, 보수층 18%의 지지를 얻었다.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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