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주한미군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 일부를 경북 성주골프장으로 기습적으로 이동·배치했다. 이날 성주로 향한 장비는 X-밴드 레이더, 발사대 2기, 요격미사일 등이다. 한미 당국이 차기 정부 출범 전 '사드 알박기'를 넘어서 쐐기 박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오전 경북 성주골프장으로 향하는 사드 레이더. (연합뉴스)

미군은 지난달 6일 미국에서 사드 발사대 2기를 수송기편으로 오산기지로 반입한 뒤 경북 왜관 미군기지로 옮겨 보관하고 있었으며, 수송기 외에도 선박을 통해 사드 장비를 들여와 부산에서 보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6일 오전 0시 1분 한미당국이 성주에 사드를 전격 배치한다는 뉴스1 단독보도가 나오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였다. 오전 1시 50분쯤 헬멧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 1000여 명이 소성리 마을회관으로 모여들었고, 주민들을 한 쪽으로 몰아넣고 도로위에 주차된 차량을 견인하고 사드 이동경로를 확보했다.

경찰은 오전 3시 40분 경 도로 위의 집회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 3~4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 30분 후 사드 장비 8대가 경찰 차량 호위를 받으며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갔다.

이날 사드 수송 루트 확보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투입된 경력만 총 8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과 성주 골프장으로 향하는 지방도를 모두 통제하며 미군의 사드 배치 작업을 지원했다.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으로 사드 관련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들어가자 경찰과 주민이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사드 배치는 5·9 조기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지난 16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방한한 백악관 외교정책고문은 사드 배치 시기에 대해 "차기 대통령 결정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음날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단기간에 마무리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미 당국이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마무리 한 지난 20일까지만 해도 사드 배치 시기는 성주골프장의 환경영향평가, 기지 공사 등 모든 준비를 마친 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26일 주한미군은 한밤 중 기습적으로 사드 장비를 성주로 운반했다. 이번 조기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큰 상황에 한미당국이 사드 '쐐기 박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사드 장비를 배치한 것에 대해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문 후보는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해 온 바 있다. 박광온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국민 의사와 절차를 무시한 사드 반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이는 차기 정부의 정책적 판단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단장은 "절차조차 무시한 장비 반입 배경이 뭔지, 국방부와 군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히 밝혀달라"면서 "이제라도 이동배치를 중단하고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가 최종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 찬성 의견을 내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도 사드 기습 배치에 유감을 표명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한미 정부간 합의에 따라 국내법 절차를 준수하고 일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한밤중 기습배치라니 유감"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한미 양국은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사드 체계의 조속한 작전운용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이번 조치는 가용한 사드 체계의 일부 전력을 공여부지에 배치해 우선적으로 작전운용능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경영향평가와 시설공사 등 절차는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면서 "연내에 사드체계의 완전한 작전운용능력을 구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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