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 하락세를 겪으면서 대선구도가 1강 2중 2약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수 1등'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외하는 단일화 행보를 시작해 관심이 모아진다.

25일 서울 마포 대한민국재향경우회를 방문한 홍준표 후보는 "오늘 아침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의 단일화 토론을 하자고 제안이 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보수 대통합 차원에서 단일화 TV토론을 조속히 하자고 제안을 해서 유승민 후보를 제외하고 토론에 응하기로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바른정당에서 보수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없는 게 아니다. 24일 열린 바른정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3자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연합뉴스)

반면 홍 후보는 "이념과 정체성이 다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안 후보는 그냥 두는 것이 우리 선거구도상 가장 유리하다. 선거는 구도이기 때문에 그쪽과 붙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후보는 유승민 후보를 비롯한 보수 진영에 손을 내밀었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이처럼 안철수 후보를 단일화 대상에서 배제하는 움직임은 앞서 추진됐던 반문재인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반문연대'와 유사하지만 차이점이 적지 않다.

'반문연대'는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문재인 후보를 반대하는 문재인 비토층을 모으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홍준표 후보의 단일화는 철저히 '보수 후보'를 공략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의 이러한 보수 단일화 전략은 당장의 대선이 아니라 훗날을 염두에 둔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안철수 후보는 TV토론에서 거듭된 부진과 각종 검증으로 인해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여기에 확장성을 염두에 둔 우클릭 행보가 오히려 안 후보 기존 지지자들의 이탈로 이어지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는 벌어지는 모양새다. 안 후보가 고전하는 사이 홍준표 후보는 보수층 결집 행보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지지율을 10%대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홍준표 후보는 현재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보수 표심을 되찾는데 승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4월 3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18~20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조사, 응답률 25%,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를 살펴보면 안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 성향 지지층이 45%에 이른다. 안 후보의 고정 지지층이라기보다 반문 정서에 기반한 지지층이라는 분석이다. 홍 후보가 안 후보를 '얼뜨기 좌파', '이념과 정체성이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 후보가 보수 진영의 후보를 통합하게 되면, 현재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보수 민심을 자신에게 유인하는 것은 수월해진다. 홍 후보에게 보수 후보단일화는 3위에서 2위로 치고올라갈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홍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바탕으로 보수표를 결집한 후 선거 막판 '반문 정서'를 꺼내들며 문재인 후보와 승부를 벌이는 것은 현재로선 덤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정권교체'가 화두인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꺾을 확률은 적어 보인다.

▲12일 오전 2017 동아 비지니스 서밋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이에 자리를 잡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대선 구도는 자유한국당과 상관없었다. 박근혜 게이트로 적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93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원내 2당이다. 하지만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8월부터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문재인 후보였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보수 대안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 역시 특별한 정당 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각 당의 대선후보가 모두 정해진 4월 5일 이후에도 문재인-안철수 두 야당의 대선후보들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준표 후보 입장에서 안철수 후보가 주춤한 지금, 보수 결집을 통해 최소한 지지율 2위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홍 후보는 정권을 내주더라도 이후를 도모할 수 있는 대선을 치르는 게 당장의 목표로 그러기 위해선 안철수 후보를 넘어서야 된다는 것이다.

돈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대선을 치르기 위해 약 250억 원을 담보대출로 조달했다. 홍준표 후보가 10% 미만의 지지를 기록할 경우 자유한국당은 고스란히 빚을 떠안게 된다. 또한 15% 미만을 득표하면 선거비용의 절반만 돌려받게 된다.

현재 홍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내외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후보가 보수 단일화를 이루면 15% 이상을 득표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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