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바른정당이 대선후보 3자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24일 오후 7시 30분 경 시작해 자정을 넘겨 5시간 여 진행된 바른정당 긴급 의총의 결과다. '2등 보수'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최악의 선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총에 앞서 유승민 후보가 "우리가 새누리당을 뛰쳐나와서 바른정당이라는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 때의 그 각오, 결심이 생각난다"면서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옳았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더라도 언젠가는 국민들께서 마음을 열어주실 거라 믿고 있다"고 완주의지를 표명했지만, 다른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오른쪽)와 김무성 의원. (연합뉴스)

김성태 의원은 "유승민 후보만 바라보고 가다가 지금 여론대로 초라한 성적표 받으면 참담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김 의원은 "무모한 싸움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면서 "우리가 3당 후보 단일화에 대해 결론 내려야 한다. 조직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는 후보 개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재경 의원은 "유승민 후보 그만두라는 게 아니라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제가 유 후보를 참 좋아하지만 지금까지 유 후보 말씀은 '단일화 없다'고 하는데 후보 눈이 흔들리는 순간 흔들리는 것"이라고 단일화 논의를 촉구했다.

홍문표 의원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보다 못한 지지를 받는데 대선이 끝나고 우리가 살아남겠느냐"면서 "왜 심상정 밑에 5등이냐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유승민 후보가 보수연대를 말했는데 끝나니까 싹없어졌다"면서 "(유승민, 홍준표 후보가) 각자 5~10%를 얻는다면 이건 보수의 씨앗을 스스로 짓밟고 말살하는 것이다. 문재인을 잡으려면 초석이라도 지금 만들어야지 끝나고 뭐 한다는 건 안이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후보가 마무리 발언으로 "지지율이 낮은 건 죄송하지만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이니 믿고 따라달라"고 호소했지만, 의총이 끝난 직후 주호영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은 유승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면서도 "다만 좌파 패권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의 이 같은 결정은 결국 보수정당 주도권 경쟁에서도 밀리는 '2등 보수'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란 지적이다. 유승민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홍 후보가 10% 내외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유 후보는 2~5% 사이를 전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를 하려면 투표용지 인쇄 전에 해야 한다는 것도 바른정당이 단일화를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다. 투표용지 인쇄 전인 29일까지는 단일화를 완성해야 단일화 효과를 최대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른정당의 이러한 결론에도 3자 단일화가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민의당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남의 집 사정은 잘 알고 있지만, 우리 당에선 관련 논의는 진행된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단일화는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24일 홍준표 후보는 "전부 한마음이 돼서 단일화 하면 좋다"면서 "당에서 추진하는 것은 반대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 2일에도 "탄핵의 원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없어졌다"면서 "가출했던 분들(바른정당), 어린애처럼 응석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돌아오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바른정당의 단일화 추진 결정이 결국 '자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바른정당 역시 유승민 후보와 마찬가지로 지지율 침체를 겪고 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에서의 후보 단일화는 결국 타 정당에 '흡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에는 '새누리당 시즌2'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게이트를 책임지겠다고 새누리당을 뛰쳐나간 바른정당이 당장의 정권 획득과 자리보전에 연연해 자유한국당과 함께 한다는 것은 결국 기존의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다는 판단이다.

3자 단일화와 보수 단일화가 제기됨에 따라 바른정당은 정치권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부터 자당 대선후보를 흔든 상황에서 유승민 후보가 더 이상의 지지율 반등을 노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율도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들은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역에서 바른정당 구성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5일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정치를 시작한 지 10년, 저와 동고동락해 왔던 그리고 기쁨과 시련을 함께 해 왔던 저희 지역의 단체장님과 시의원, 구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다"고 전하면서 "저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분들이지만 함께 하자고 말할 염치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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