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이후 95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한 지난 2017 KBO리그는 대구 라이온즈 파크, 고척 스카이돔 개장 등에 의한 컨벤션 효과를 통해 초반 관중몰이에 성공한 반면, 올 시즌은 전통적인 인기구단인 엘롯기(LG. 롯데, KIA)의 상승세로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서서히 판도가 드러나는 가운데 일단 시즌 초반의 판도는 2강 7중 1약으로 형성되는 분위기이다. 4월 3주차 주요 이슈를 들여다본다.

1. 소리 없는 강자 NC, 왕조시대의 견고함이 살아나고 있는 SK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을 6-3으로 누르고 승리한 NC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 막판까지 지속적으로 강력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두 팀이 보인다. 바로 NC와 SK이다. 시즌 초반 중하위권에 머무르던 NC는 야금야금 승수를 쌓더니 4월 3주차 1패도 없이 5승을 쓸어 담았다. 부마 라이벌 롯데를 상대로 변함없이 강한 모습을 보이며 시리즈를 스윕했고, 좀 더 넓은 의미의 광역(영남)라이벌 삼성을 상대로 2승 1무를 기록했다.

순위는 단숨에 2위로 치솟았다. NC의 전통적인 강점인 외국인 원투펀치 (해커, 맨쉽)가 올해도 굳건하다. 주력타자 박석민이 부진한 틈을 모창민, 권희동, 도태훈 등이 말끔하게 메우며 김경문 감독 특유의 화수분 야구가 가동되고 있다. 투수진에서는 내국인 선발투수들의 분발이 필요하지만 장현식이라는 새로운 파워피쳐가 돌풍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팀답게 전력의 견고함이 돋보인다. 내국인 선발투수들이 살아나고 박석민이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정규시즌 1위는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2사 SK 이홍구가 솔로 홈런을 치고 정수성 코치와 손을 마주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 초반 6연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우려를 안겨줬던 SK는 4월 7일 트레이드 이후 극적인 반등을 이루어냈다. 신임 힐만 감독의 변화무쌍한 용병술이 빛을 발하면서 이른바 '힐만매직'의 야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선수들을 절대 무리시키지 않는 힐만감독의 용인술은 SK야구의 depth를 더욱 두텁게 다지고 있다. 김동엽이라는 새로운 거포가 발굴되었고, 군에서 제대한 한동민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홈런왕 최정의 파워는 여전하다. 정의윤도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힐만 감독의 변화무쌍한 작전이 조화를 이루면서 SK야구는 모처럼 왕조시대(2007~2010)에 보여줬던 좀처럼지지 않는 이미지를 더해가고 있다. 문제는 선발투수진인데 김광현의 공백을 켈리, 윤희상, 문승원, 박종훈 등이 현재는 무난히 메우고 있다. 문승원과 박종훈은 등판을 거듭할수록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10경기 8승 2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는 SK는 올 시즌 선두싸움에서 가장 무서운 뒷심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2. 불안한 1위 KIA

KIA 타이거즈 임창용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막 이후 줄곧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던 KIA는 마침내 지난 주말 LG 트윈스와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 행진이 종료되었다. 그나마 1승을 따낸 경기도 고질적인 마무리 불안의 병폐를 노출하였다. 5-2로 여유 있게 앞서던 경기에서 마무리로 나선 임창용이 2점을 내주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으로 돌변하였다.

주말 시리즈 첫 경기에서는 최근 대체 마무리로 나섰던 한승혁과 김윤동이 난타 당하면서 추격의 의지를 스스로 걷어차고 말았다. 고질적인 뒷문 불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불안한 1위 외줄타기에서 조만간 내려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전 3루수 이범호의 복귀는 호재이지만, 주력타자 김주찬의 부진이 상하위 타선의 연결고리를 매끄럽지 못하게 하고 있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KIA가 언제쯤 안정을 찾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3. 독수리 반격의 서막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LG의 경기. 한화 포수 최재훈이 7회초 무사 2,3루에서 이영종의 내야 땅볼 때 홈으로 쇄도하던 LG 김용의를 잡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트레이드를 통해 20대 주전포수 확보에 성공한 한화 이글스는 트레이드 효과를 제대로 누리면서 개막 이후 첫 2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두산에서 영입한 최재훈은 합류하자마자 바로 주전포수 자리를 꿰차면서 배터리 안정화에 기여했다. 오간도, 비야누에바, 배영수 등 그와 호흡을 맞춘 선발투수들은 그의 리드에 대만족을 표시했다.

시즌 초반 상위권을 달리는 LG. kt를 상대로 4승 2패를 기록한 한화는 오간도, 비야누에바, 배영수 등의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팀 QS (Quality Start)가 벌써 10회를 넘어섰다. 계투진에 의존하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송은범, 안영명, 장민재 등 국내파 우완투수들이 살아나면 한화도 상위권 경쟁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 다만 팀이 상승세에 있던 시점에서 일부 1군 선수들이 다음 날 오후 2시 경기일정에도 불구하고 새벽 늦은 시간까지 음주행각을 펼치면서 팬들의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여전히 한화는 전력이 불안정한 팀이다. 매 경기 집중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 일부 선수들의 일탈로 인해 선수단 전체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발생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열성적인 팬들의 과분한 응원을 마치 자신의 실력 덕분인 것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4.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삼성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초 2사 1루 때 삼성 장필준이 NC 도태훈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자 더그아웃에 있던 삼성 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주에는 아예 1승도 챙기지 못했다. 2무 4패를 기록한 삼성은 그나마 2무를 기록한 경기는 충분히 잡을 수 있었지만 투타에서 기운이 미치지 못하였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리그에서 가장 견고한 전력을 구축했던 팀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2년 사이에 박석민, 최형우, 차우찬, 안지만 등이 FA 이적 또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한 징계 등으로 팀을 떠났다. 그 공백이 전혀 메워지지 않고 있다. 팀 내에 패배주의가 더 깊숙하게 만연할까봐 우려될 정도이다.

1982년 원년부터 프로야구 무대에 데뷔한 이후 역사상 이토록 삼성이 만만한 상대로 여겨진 적은 전무할 정도로 처참한 추락이 거듭되고 있다. 트레이드 등을 통해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트레이드 자원이 마땅하지 않은 부분도 딜레마이다.

김한수 신임 감독에게 가혹한 시련이 지속되고 있다. 코치진의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오랜 기간 팀을 지켰던 노련한 코칭스태프들이 대거 이탈되다 보니 코칭스태프의 위기관리 노하우도 부족해 보인다. 2010년대 최고 야구명가로 자리했던 팀의 흔적이 너무 허무하게 지워지는 광경을 보면서 팬들의 속은 더욱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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