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동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아일보는 문 후보의 대북정책을 "박근혜 정권 '통일 대박론'의 변주"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 대박' 발언을 꺼냈을 당시에 동아일보가 보낸 찬양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24일자 동아일보 사설.

24일 동아일보는 <문재인 외교안보 공약 발표…'햇볕 재탕'으론 북핵 못 풀어> 사설에서 문재인 후보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 정책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까지 거론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후보가 어제 북한 핵 문제의 해결 방안과 대북정책 공약 등을 담은 '담대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구상'을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이미 실패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는 것이 골자인 데다 막연히 '자신 있다'고 장담하는 수준이어서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그간 외교적 노력이 헛수고가 된 것은 북이 핵과 미사일에 의존해 체제를 지키려고 속임수를 썼기 때문이다. 결코 한국의 설득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북을 옹호하는 중국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는 북한 주장에 동조하겠다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동아일보는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이루면 8000만 시장이 형성돼 매년 5만 개 가량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장밋빛 전망은 박근혜 정부 '통일대박론'의 변주처럼 들린다"면서 "북이 우리에게 '핵 선제타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과거 '남북 정상 간 합의의 법제화'를 주장하는 등 햇볕정책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유력 대선후보를 국민이 우려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의 대북정책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과 다를 게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동아일보의 입장은 과거와 판이하게 뒤집혔다.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조는 달라진 게 없지만, 동아일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에 대해서만큼은 호의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지난 2014년 1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반도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할 기회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통일기반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 세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 구축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 ▲통일 공감대 확산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2014년 1월 7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직후인 2014년 1월 7일, 동아일보는 2면에 <'준비하면 대박' 본보 통일프로젝트와 맞닿아>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통일은 대박'이란 인식은 동아일보가 진행 중인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에서도 강조해 온 기조"라면서 "통일 이익이 분단 비용보다 크고 통일 코리아가 한반도의 잠재력을 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통일 준비, 취약 계층 및 탈북자 지원, 이산가족 상봉 제안, 남북 농업 협력 등을 분야별로 언급한 것은 본보의 7대 다짐과 맥락이 통했다"면서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속에서도 북한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은 지속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7대 다짐 중 북한 영유아의 인도적 지원을 촉구한 '북한 어린이는 통일코리아의 미래다'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통일, 치밀하게 준비해야 '대박'> 사설도 실었다. 동아일보는 "통일은 한민족의 비원이자 한반도 평화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면서 "언제 통일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7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남북이 통일되면 2050년경 세계 9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망한다"면서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7500만 인구를 가진 '통일 한국'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세계의 주도국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는 '남북 통합이 시작되면 최소 3억 달러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분단 극복뿐 아니라 한국의 도약을 위해서도 통일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일부에서 통일비용을 우려하지만 분단비용은 더 크다"면서 "남북 대결에 따른 안보불안과 한국 경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감안하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통일 이후의 행복과 편익이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인식을 국민과 정부가 공유해야 통일로 다가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대로 통일시대를 가로막는 핵심적 장벽인 북핵문제 해결은 아직 불투명하다. 남북이 하나가 되려면 치밀하게 준비하고 끈질기게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통일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인도적 교류 확대를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