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제가 'MB아바타'입니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는 최근 지지율 하락 등을 겪고 있는 안 후보가 자신에 대한 검증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작심하고 내놓은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보자가 경쟁 후보자에게 자신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의도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자칫 검증 공세에 화가 났다는 인상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후보는 미래를 향한 발전적 토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꺼내놓는 것은 거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 측이) 조직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네거티브 비방한 증거가 다 있다"면서 "여기에 제 딸 재산이나 이건 어떻게 하라든지 다 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카이스트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이직한 것이 특혜냐, 권력 실세를 아버지로 둔 아들이 5급 직원에 채용된 것이 특혜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연합뉴스)

안철수 후보는 "보통 취업 채용 비리라고 하면 둘 중 하나"라면서 "권력을 갖고 외압행사하거나 돈으로 매수하거나"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교문위와 환노위를 열자"고 주장하다가, 사회자로부터 "후보들 정책, 공약을 검증하는 토론회다. 외교·안보·대북 토론에 유념해달라"고 제지당했다.

안철수 후보의 주장에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가 미래 얘기를 하자면서 돌아서서는 과거 얘기를 하고 주제에서도 동떨어진 얘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는 해당 질문을 던지기 직전에 "우리나라는 위기 사황이다. 대북관계, 외교, 경제 어렵다"면서 "각 후보들마다 지금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지 미래를 향한 발전적인 토론이 돼야 한다. 언제까지 과거에 머물러 있겠냐"고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 후보의 반박에 안철수 후보는 "제 딸, 재산, 문 후보님 아드님 특혜 취업 의혹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교문위, 환노위 열어서 속시원하게 국민 앞에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열심히 해명하시라. 저는 해명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MB의 아바타인가"라고 질문했다. 문 후보가 "항간에 그런 말이 있다"고 답하자,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생각을 묻는다"고 재차 질문했다.

문재인 후보가 "그런 얘기를 제 입에 올린 적이 없다"면서 "떠도는 얘기를 갖고 질문하니 제가 달리 답할 방법이 없다"고 하자, 안철수 후보는 "제가 지난 대선 때 후보를 양보했다"면서 "그 이유는 더 이상 이명박 정권이 연장되면 안 된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제가 MB 아바타인가"라고 거듭 물었다.

문재인 후보는 "아니면 아니라고 본인이 해명하라"면서 "사모님에 관한 의혹도 상임위 열어서 해명하고 싶으면 하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저 문재인을 바라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하라"면서 "저를 반대하려고 정치하냐"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의 반박에도 안철수 후보는 "아니다라고 확인해주는 거냐"고 계속해서 물었고, 문 후보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안철수 후보는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독대 내용까지 동원했다. 안 후보는 "2012년 때도 그랬다"면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독대한 적이 있다. '지금 민주당에서 저를 MB 아바타라고 소문을 내는데 그걸 막아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는데 그게 5년 후에도 돌아다닌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후보는 "SNS상에서 공격받는 것을 말하는 모양인데 SNS상의 악의적인 공격은 제가 모든 후보 합친 것보다 많이 받는다"면서 "그걸 제가 안철수 후보에게 묻거나 불평했냐. 왜 자꾸 저를 걸고 들어가느냐"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측근으로 알려진 전재수 의원이 제 딸 재산을 계속 요구하고 의혹을 증폭시켰다"면서 "정작 제대로 밝히고 나서 일언반구도 없다. 사과하라고 말해달라"고 문재인 후보에게 요구했다. 문 후보는 "의혹을 해명했으면 된 것"이라면서 "후보가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왼쪽)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사진=KBS 화면 캡처)

안철수 후보가 끈질기게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을 이어가자, 이를 바라보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둘이 토론하는 걸 보니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알 길이 없네"라며 조소를 보내기도 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논쟁을 이어가던 중에도 문 후보가 "유치한 토론 태도"라고 꼬집자, "유치한 건 안철수 후보랑 문재인 후보 두 분 토론할 때가 유치한 것"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실망"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유 후보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평양 대사' 발언을 문제 삼자, 안 후보는 "그만 좀 괴롭혀라"면서 "유세 중에 국민들 앞에서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가 "(나는) 유세 중에 절대 이런 말 안 한다"면서 "우리나라에는 평양대사가 없다. 북한하고 정식 수교해서 초대 대사를 보내는 데 박 대표가 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재차 캐묻자, 안철수 후보는 "유승민 후보에게 실망이다"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분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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