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한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은 과도한 ‘우클릭’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안철수 후보는 지난 5일 각 당 후보가 정해진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일부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의 이유를 문재인 비토층 결집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 안희정 충남지사의 민주당 경선 패배로 반문정서에 기반하는 보수층의 표심이 안 후보에게로 향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3월 2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3월 4주차 여론조사(3월 21~23일까지 전국 성인 1007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조사, 응답률 19%,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서 보수층의 안 후보 지지율은 7%에 불과했으나, 안희정 지사의 민주당 경선 패색이 짙어진 3월 5주차 여론조사(3월 28~30일까지 전국 성인 1010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조사, 응답률 22%,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서는 21%로 급상승했다. 안 후보는 각 당 후보가 모두 정해진 7일 발표된 4월 1주차 여론조사(4~6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조사, 응답률 23%,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서 보수층 42%의 지지를 얻었다.

보수층에서의 지지율 상승으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양강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안 후보는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우클릭 행보에 집중했다. 안철수 후보는 첨예한 안보 이슈인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으며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모든 정책은 공과가 있다"면서도 "지금은 대북 제재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서는 "유엔 제재안 때문에 당장 재가동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우클릭 관련 보도 화면. (사진=연합뉴스TV 보도화면 캡처)

하지만 특별한 효과는 없었다. 안철수 후보가 보수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4월 초 정점을 찍었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우선 기존 안 후보를 지지하던 진보 표심이 지지 철회의 물꼬를 튼 것으로 파악된다. 진보 표심은 안후보에게 집토끼로 볼 구석이 적지 않다.

안철수 후보는 한국갤럽 4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35%, 2주차 여론조사(11~13일까지 전국 성인 1010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조사, 응답률 23%,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서 37%의 지지를 얻어, 1주차 38%, 2주차 40%를 얻은 문재인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3주차 여론조사(18~20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 대상으로 유·무선 RDD조사, 응답률 25%,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에서 7%p 급락한 30%의 지지를 얻는데 그쳐 41%의 문 후보와 11%p 차이까지 벌어졌다.

이념 성향별 대선후보 지지도를 살펴보면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진보층에서의 표심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 중 안 후보를 지지한 비율은 4월 1주차 26%에서 2주차 23%, 3주차 19%로 떨어졌다. 중도층에서도 4월 1주차에 38%였던 지지율이 3주차에는 34%로 하락했다.

연령대로 살펴봐도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20~30대에서 안철수 후보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4월 1, 2주차 20대에서 22%, 30대에서 22%의 지지를 얻었던 안 후보는 4월 3주차 20대에서 16%, 30대에서 19%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40대에서도 4월 1주차 32%의 지지를 얻었던 안철수 후보는 2주차 29%, 3주차 25%의 지지를 얻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클릭의 영향으로 야당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4월 1주차 호남에서 38%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2주차에는 36%, 3주차에는 35%로 지지율이 하락세에 있다.

그렇다고 우클릭을 통해 보수층에서의 지지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도 아니다.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에서 4월 1주차 42%에서 2주차 48%까지 상승했으나, 3주차에는 다시 45%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또한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에서도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공고한 것은 아니다. 안 후보는 TK 지역에서 4월 1주차 38%에서 2주차 48%까지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3주차에는 23%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문재인 후보가 오히려 4월 3주차 TK 지역에서 24%의 지지를 얻어 안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안철수 후보의 TK 지역 지지율 하락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경남지사를 사퇴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뛰어들면서 TK 민심이 홍 후보에게 이동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홍 후보의 TK 지역 지지율은 4월 1주차 14%였던 것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한 4월 10일 이후 3주차 26%까지 상승했다. 결국 안 후보가 우클릭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셈이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루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이번 대선이 문재인 지지층과 문재인 비토층의 대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안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이 온전한 ‘안철수 지지자’가 아닐 수 있다는 것으로 안 후보의 지지율은 애초부터 ‘사상누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4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는 국민의당이 아닌 타 정당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상당수다. 바른정당 지지층의 40%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고, 자유한국당 지지자 중 24%, 새누리당 지지자 가운데 30%가 안 후보를 지지했다. 이들은 안 후보의 고정 지지층이 아니다. 안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낮아지면 언제든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대선후보에게로 떠날 수 있는 지지층이라는 얘기다.

한편 과도한 우클릭 이외에도 언론의 검증도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 시절 부실기업 인수 묵인 의혹, 안랩 BW 저가 발행 의혹, 예비군 불참,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1+1 교수 임용', 보좌진 '갑질', 딸 안설희 씨의 '호화 유학' 등의 의혹도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13일과 19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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