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는 역시 에이스였다. 시즌 첫 홈런을 내주기는 했지만 안정적인 피칭으로 팀에 6연속 위닝 시리즈를 선물했다. 여섯 번의 상대 승부에서 위닝 시리즈를 이끄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해태 왕조가 끝난 후 승리보다 패가 더 많았던 기아에게 2017 시즌은 새로운 왕조의 시작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헥터 완벽투에 화답한 기아 타선의 9득점, 6연속 위닝 시리즈 만들었다

전날 패했지만, 기아 헥터가 마운드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기대치는 높아졌다. 그런 높은 기대치에 충족이라도 시키듯 헥터는 kt 타선을 손쉽게 제압했다. 물론 한 경기에서 두 개의 홈런을 내주기는 했지만 모두 솔로 홈런이었다는 점에서 승패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번 경기는 초반부터 점수를 뽑았다. 헥터와 정대현의 맞대결은 누가 봐도 헥터의 우위를 점칠 수 있었다. 정대현도 올 시즌 좋아지기는 했지만 기아 타선을 막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1회 시작과 함께 버나디나는 볼넷으로 나간 후 도루를 감행해 득점 기회를 잡았다. 김주찬의 유격수 땅볼에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뽑았다.

kt 선발 투수 정대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1회에만 안타 1개와 2개의 사사구를 얻었음에도 1점 밖에 뽑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다. 이런 아쉬움은 곧바로 1회 kt의 반격으로 이어졌다. 투아웃 상황에서 박경수는 헥터의 초구를 노려쳐 동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예상하지 못한 한 방으로 멈칫할 수도 있었지만 헥터는 노련했다.

2회에도 선두타자인 모넬에게 2루타를 내주었지만 오태곤과 박기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말 그대로 맘만 먹으면 언제든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해창을 3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김주형의 실책으로 실점 위기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헥터가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자 기아 타자들은 전 경기의 부진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초반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2회 시작과 함께 안치홍이 2루타로 포문을 열자 정대현은 흔들렸다. 서동욱과 김주형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더니 김민식의 좌익수 플라이를 이대형이 어이없이 놓치며 실점을 하고 말았다.

폭투와 적시타가 이어지며 2회에만 4점을 뽑은 기아는 초반부터 5-1로 앞서 나갔다. 4회에도 기아는 1사 후 버나디나가 2루타로 포문을 열고, 김주찬 최형우 나지완으로 이어지는 기아의 핵심 타선이 모두 안타를 치며 3점을 추가하며 8-1로 앞서나갔다.

기아 선발이 헥터라는 점에서 경기는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대현은 4이닝 동안 97개의 투구수로 10피안타, 1탈삼진, 4사사구, 8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시즌 첫 두 경기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전 경기에 이어 기아전에서도 난타를 당하며 정대현은 선발 투수로서 위기를 맞게 되었다.

KIA 타이거즈 선발 헥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kt는 1-8로 뒤지던 5회 포수 이해창이 홈런을 치며 2-8로 추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였다. 전 경기부터 포수로 출장하고 있는 이해창이 연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올 시즌 kt의 포수 자리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어 보인다.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헥터는 7이닝 동안 94개의 공으로 5피안타, 2피홈런, 8탈삼진, 무사사구, 2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100개도 안 되는 공으로 7이닝을 소화한 헥터는 더 던질 수도 있었지만 9-2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무리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헥터는 7이닝만 소화하고 시즌 4연승을 올렸다.

기아는 헥터가 내려온 후 홍건희와 임창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홍건희는 4선발 후보로 올 시즌 마운드에 섰다. 하지만 모든 선발 등판에서 최악의 피칭을 한 후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전 경기 그나마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고효준이 효과적인 투구를 보였다는 점에서 당분간 선발 한 자리는 고효준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건희는 8회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긴 이닝 소화에 문제를 보였던 홍건희가 이렇게 짧은 이닝을 효과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다면 기아 불펜의 변화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9회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이었다.

7점이나 앞선 상황에서 편안하게 9회 마지막을 마무리하기를 벤치는 원했다. 하지만 임창용은 망가져 있었다. 구속은 조금 올라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공에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구속이 낮아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투구는 상대를 압도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와 유사한 피칭은 결국 위기로 이끌게 했다.

KIA 타이거즈 임창용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경기에서도 1이닝을 소화하는 데 36개의 공을 던졌다. 아웃 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기는 했지만, 1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만들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문제다. 여전히 임창용을 믿고 마지막 이닝에 내세울 수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도박 논란 후 기아로 돌아왔던 임창용. 그렇게 한시적이지만 기아 마무리 고민이 사라지는 듯했다. WBC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등 나름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했던 임창용은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아는 이번에도 승리를 가져가며 6연속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엄청난 전력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리그 최악의 불펜은 답이 보이지 않고 있다. 고정적인 마무리 투수도 없고, 셋업맨도 안개 속이다. 이런 상태라면 이 상승세가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 두산이 지난 시즌 시작과 함께 끝까지 완벽한 팀으로 우승을 차지한 동력은 팀 전력이 균형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아가 올 시즌 우승하기 위해서는 불펜 투수들이 각성을 해야 한다. 이 정도까지 망가질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불펜 투수들의 멘탈 문제가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불펜 투수들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2군 투수들의 보직 변경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변화로 자극을 주고 이를 통해 경쟁을 유도해 불펜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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