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스페셜> ‘탄핵’ 편 불방 논란이 담당 국장 징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담당 국장이 본부장에게 기획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 논란의 본질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기획안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이슈를 다루지 않은 것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전·현직 편성제작본부장들에게는 책임조차 묻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20일 오후 2시 여의도 율춘빌딩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서 “김학영 콘텐츠제작국장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국장이 담당 부장으로부터 ‘탄핵’ 편 기획안을 받고도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다만, 최종 책임자인 전·현직 본부장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사진=미디어스)

김 본부장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30일 김학영 국장이 휴가 중인 가운데 다큐멘터리 부장은 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에게 탄핵 다큐 제작을 구두로 보고했다. 당시 김 전 본부장은 “탄핵 결정이 나면 그때 가서 (방송을)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김 전 본부장이 사실상 탄핵 다큐를 승인하자 담당 PD는 1월초부터 약 3500만원가량의 제작비를 투입한 다큐를 제작해왔다. 다큐는 지난 2월22일 김 전 본부장이 “정식 서면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불방’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80%정도로 완성된 상태였다.

최강욱 이사는 “공영방송의 사명으로 보자면 탄핵을 주제로 다큐를 하는 당연한 일“이라며 ”방송이 못 됐다면 시청자에게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도 없다“고 지적했다.

▲ ‘탄핵’ 편은 지난달 13일 저녁 방송이 예정돼 있었으나 해당 방송은 불방 됐고 담당 PD가 비제작부서로 전보됐다. 사진은 '탄핵' 편이 돌연 취소되며 대체 방송된 '농부의 탄생 – 열혈 남한정착기' 예고편.

이완기 이사는 “김학영 국장만 인사위에 회부하는 건 굉장히 미흡하다”며 “그 당시 (김현종)본부장은 보고를 받고도 의사결정을 못했으면서 핑계만 대고 있고, 김도인 본부장도 인수인계 받은 후 기획안이 안 와서 방송 못한 거라면 어떤 프로인지 보자고 해야 했던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기철 이사도 “(보고) 절차만 문제 삼아 국장을 인사위에 넘기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시청자에 대한 책임도 있는 것”이라며 “김도인 본부장이 새로 오고 나서 김장겸 사장의 지시가 있었든, 눈치를 보고 알아서 안 했든, 불방 의도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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