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썸’ 돌풍 이후 3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가요계를 노크한 정기고는 ‘썸’의 빅 히트 이후 어떤 부담감을 안고 있었을까.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정기고의 첫 정규 앨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쇼케이스에서 정기고는 “‘썸’은 저에게 있어 고맙고 감사한 곡으로 남아 있다. ‘썸’이라는 곡으로 많은 분들이 알게 됐다. ‘썸’에 대해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기고는 “‘썸’ 전에는 음원 순위를 본 적이 없었다. ‘썸’ 활동할 때 1위를 해서 소유 씨가 울었는데 (음원 차트를 본 적이 없으니) ‘이게(1위하는 게) 좋은 거야?’ 하는 심정이었다. 회사에서는 감동하는 표정이라도 지어 달라고 할 정도였다”면서 “‘썸’처럼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곡을 만나는 가수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썸’은 제가 오롯이 만든 곡도 아니다”라고 ‘썸’에 대한 추억을 고마워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정기고의 첫 정규 앨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쇼케이스 Ⓒ박정환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기고는 “‘썸’으로 활동하고 오랜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이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라며 “회사는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때 활동했으면 했다. 그랬다면 ‘썸’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썸’으로 유명세를 치르던 2014년)이 희석되고, 제 앨범으로 다시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지만 저는 좋다”고 답변을 이어갔다.

정기고의 이번 쇼케이스는 올해 열린 가요 쇼케이스 현장을 통틀어 ‘웃음’이 가장 많이 터진 현장이었다. 사회를 본 케이윌과 정기고가 친하다 보니 주고받는 대화에서 빵빵 터지는 경우도 있었고, 정기고가 TV를 보지 않는 관계로 현재 하는 TV 프로그램을 ‘아직도 하느냐?’고 반문하는 등, 정기고가 TV를 시청하지 않으면서 터진 돌발성 답변이 사회자 및 취재진의 배꼽을 그냥 두질 않았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정기고의 첫 정규 앨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쇼케이스 Ⓒ박정환

한 예로 ‘주간 아이돌’에 다시 출연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기고는 “지금도 하나? (정형돈) 형이 편찮아서 안 하지 않나? 좋은 소식이다. 그런데 제가 나오면 형이 다시 편찮을 것 같다. 이제 막 쾌차했을 텐데, 제가 나가지 않는 편이... 건강하십시오” 등의 답변으로 사회자 케이윌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어 정기고는 “당시 게스트들이 과묵한데다가, 저도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정형돈) 형이 너무 힘들어했다. 형돈 형이 말 좀 하라고 발로 찰 정도였다”면서 “끼 많은 아이돌이 나와서 형돈 형의 혈액순환을 돕는 게 낫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정기고의 첫 정규 앨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쇼케이스 Ⓒ박정환

요즘 가요계는 스피드에 목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수들이 앨범을 발매하는 시기가 대폭 축소됐다. FNC엔터테인먼트의 SF9이 2개월 만에, 울림엔터테인먼트의 러블리즈가 2월 말에 이어 5월에 새 앨범을 내놓을 계획 등으로 스피디하게 움직이는데, 정기고는 ‘슬로푸드’에 비견될 정도로 2002년 데뷔 후 첫 정규 앨범을 지금에야 내놓게 됐다. 그것도 모자라 노래가 공개된 후 3년 만에 앨범에 수록되는 곡도 있으니, 세계적으로도 이런 사례는 ‘첫 사례’에 속할 듯하다.

정기고의 첫 정규 앨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20일 오후 6시에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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