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5·9 조기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일방향의 '보수후보 단일화'가 물밑에서 잠복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양강구도를 이룬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 보수후보 단일화 여부가 이번 대선의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작 유 후보 본인과 바른정당 선대위 지도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에 '보수단일화' 러브콜

홍준표 후보는 "보수단일화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홍 후보도 속내는 보수단일화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일 홍 후보는 바른정당을 향해 "탄핵의 원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없어졌다. 탄핵 때문에 분당했는데 탄핵이 없어졌으니 분당 구실이 없다"면서 "가출했던 분들, 어린애처럼 응석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돌아오라"고 촉구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오른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연합뉴스)

19일 오전 심재철 자유한국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홍준표 후보가 합당이나 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겉으로 표현은 그렇게 하고 계신 것이고, 역대 단일화 같은 사례를 보면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심재철 위원장은 바른정당이 보수단일화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친박 청산에 대해서는 "탄핵을 반대했던 것 이런 부분들은 미안하다는 표명할 수 있다"면서 "아무리 늦어도 29일까지는 모든 것들이 결정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정진석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세력이 분열된 채 선거일을 맞을 수는 없다"면서 "단일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원내대표는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머리를 맞대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두 사람이 끝까지 단일화 노력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많은 보수 유권자들은 국가 대의를 위해 최후의 고민에 돌입할 것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17일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cpbc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유승민 후보 자신이 단일화는 절대 안 한다고 한다"면서도 "그동안 바른정당과 한국당의 관계 분열 속에서 여러 아픔이나 감정의 골이 똘똘 뭉쳐 단일화 되는 것은 어렵지만, 연대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보수단일화 움직임이 존재한다. 지난 14일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여 명이 참석한 조찬회동에서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한 바른정당 중진 홍문표 의원은 "공당으로써 나온 후보로 우리는 끝까지 가야한다는 사명감은 있는데 너무 사실 어렵다"면서 "다음 주에 이 문제를 슬기롭게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단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당선이 되기 위해서 가능성 있는 분들은 차선책으로써 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고 여지를 남겼다.

유승민, 대선 완주 의사 못 박아…"자유한국당에 적폐세력 아주 많다"

하지만 당사자인 유승민 후보 본인은 보수단일화에 관심이 없어 보여 성사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자유한국당의 일방적인 구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 후보는 보수단일화 등의 움직임에 대해 "완주할 것"이라고 수차례 못 박은 바 있다.

유승민 후보는 19일 오후 KBS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에서 "정치권 안에 분명히 적폐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유한국당 안에는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고 비수를 꽂았다. 사실상 자유한국당과 완전히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KBS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오른쪽)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유승민 후보는 당원권 자격을 문제 삼으며 홍준표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유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당원권 정지됐는데, 홍 후보님은 원래 당규대로면 출당시켜야 하는데 특별징계 사면 조치로 당원권 회복해서 대선후보가 됐다. 앞뒤가 안 맞지 않느냐"면서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 정지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후보의 지적에 홍 후보는 "이정희 보는 것 같아서"를 반복하며, "주적은 저기(문재인 후보)예요"라고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바른정당 선대위도 대선레이스 완주를 말하고 있다. 18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서 정병국 공동선대위원장은 '홍준표 후보가 주장하는 보수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보수가 보수 같아야 하는 얘기"라면서 "단일화 할 것 같다면 우리가 왜 나왔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우리는 자유한국당을 가짜 보수라고 규정했다"면서 "보수가 보수를 대변하지 못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결국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이르게 했는데, 그것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면서 "그래놓고 지금 와서 보수대통합을 한다, 어쩐다, 하는 얘기는 앞뒤가 안맞는 얘기이고, 결국 이름을 바꿨지만 도로 친박당이고 그대로 최순실을 비호했던 당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1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주호영 공동선대위원장도 유승민 후보의 '완주'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주 위원장은 "우리끼리 최소한의 깨끗한 선거를 치르자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저희들 끝까지 완주를 하고, 우리 주장이나 우리 당의 가치를 끝까지 알리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위원장은 "우리는 당당하게 보수의 가치를 알리고 또 우리가 분당해 나온 이유와 목적이 있으니까 그걸 알리고 간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율이 계속 낮으니까 고민은 없지 않다"면서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런 정도지 우리가 중도에 포기를 한다든지 의원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든지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의 대주주격인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도 보수단일화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장제원 바른정당 부산시당 선대위원장은 "유승민 후보가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여러 번에 걸쳐 후보단일화를 거론했지만, 후보가 된 후 김무성 위원장이 후보 단일화 얘기는 당분간 하지 말라고도 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후보의 결단이 전제되지 않은 단일화라든지 사퇴를 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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