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9일 밤 10시 KBS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이번 TV토론은 기존의 토론과 달리 '스탠딩 토론' 형식으로 진행돼 기대를 모았는데, 서 있기만 했을 뿐 특별한 것은 없었다는 평가다. 오히려 보완해야 할 점만 더 늘어난 모양새다.

▲각 당 대선후보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스탠딩 토론 방식은 양당제 국가인 미국 대선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또 지난달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승민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가 사전 질문지 없는 스탠딩 토론 방식으로 경선토론을 진행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타 정당들이 스탠딩 토론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강하게 주장했고, 결국 도입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이나 바른정당 경선의 경우 양자대결이었기 때문에 스탠딩 토론이 용이했지만, 다자 구도인 대선후보 토론에는 맞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5명의 후보가 사회자의 제지 없이 토론을 벌이다 보니 4명이 1명의 후보를 공격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사드 배치에 대한 모호성을 빌미로 1위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격이 이어졌다. 특히 홍준표, 유승민 후보의 대북송금 등에 대한 집중 공세는 박근혜 정권 청산이라는 이번 대선 시대정신과 달리 오히려 민주정부 심판을 주장하는 장으로 만들었다.

홍준표 후보는 경남지사 시절 무상급식 폐지 관련해 4명의 후보에게서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내용을 옳고 그름을 떠나 한 후보에게 여러 후보가 한 마디씩 거들며 공격을 가하고, 일부 후보가 비아냥거리는 모습은 토론을 산만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후보자들 간 말이 뒤엉키는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서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말을 끊는 등의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또한 토론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에 대한 특별한 제지도 없었다. 홍준표 후보가 토론 주제가 아닌 색깔론·네거티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사회자는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후보자들의 시간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9분 시간 총량제는 후보자들 각각에게 동일한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처음 도입된 토론 방식에 후보자들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했다. 특히 집중 공세의 대상이 된 양강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경우에는 정해진 시간이 타 후보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토론의 내용이 과거 TV토론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다. 후보들의 공약·정견들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무너졌다. 후보들이 '서서' 토론을 했다는 점 외에는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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