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TV 대선토론에서 곤혹을 치렀다. 토론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특유의 막말을 던질 기회도 얻지 못했다. 특히 경남도 무상급식 폐지 관련해 타 후보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면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19일 오후 KBS 대선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는 쉽사리 토론에 녹아들지 못하는 듯했다. 다른 후보들이 정책, 정견 등의 토론에 집중한 반면 홍 후보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가 토론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정의당 심상정 후보로부터 '나이롱맨'이라는 새 별명만 얻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연합뉴스)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보다는 상대 후보를 깎아 내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홍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인권결의 때 북한에 물어봤냐"면서 "그거 거짓말인지 아닌지 회의록 보면 된다"고 공격하자 문 후보는 "외교부, 국정원, 통일부, 국정원에 문서 다 있다. 확인해 봐라"고 답했다.

홍준표 후보가 "송민순 장관이 거짓인지 문재인이 거짓인지 회의록 보면 다 나온다"면서 "회의록에서 문 후보가 거짓말 한 거 나오면 어쩔거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후보가 "그럴리가"라며 답변하려고 하자, 홍 후보는 "노무현 640만 달러 얘기할 때도 협박했지 않느냐"면서 "640만 달러 안 받았으면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안 받았다고 거짓말 하는데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말 안 하는 것"이라면서 "막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거짓말 안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는 "박지원 씨 내보내야 된다"면서 "박지원 씨가 대북송금하고 감방 갔다온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홍 후보는 "박지원 씨 안 내보내고 어떻게 사드 배치 당론 바꾸겠다는 거냐"면서 "안철수 대통령 되면 대북정책은 박지원이 대통령이라는 말이 돈다. 박지원 씨 내보낼 의향 있느냐"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거냐고 물었고, 안 후보에게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대북지원이 북핵이 돼 돌아왔다고 주장하며 색깔론을 펴기도 했다. 보다 못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몇년 전인에 아직도 우려먹느냐. 국민들 실망한다"면서 "선거 때마다 대북송금 재탕, 삼탕하면 무능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거기까지였다. 홍준표 후보는 전혀 토론에 적응하지 못했다. 특히 교육·경제·사회·문화 주제의 총량제 토론에서는 거의 말문을 열지 못했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후보가 증세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펼치자 홍 후보는 "세 분 토론하는 거 보니까 기재부 국장들끼리 논쟁하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은 경제 철학이나 사상, 통치철학을 가지고 덤벼야지. 수치 하나하나 따지고 하는 거 대통령 역할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유승민 후보에게) 쩔쩔 매는 거 보니까 기재부 국장한테 설교 받는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최근 YTN에서 "여성의 가사 노동은 하늘이 내린 일"이라고 했던 발언에 대해 지적이 이어지자 사과하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가 "설거지가 여성 몫이라고 하셨다. 여성비하"라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내가 쎄게 한번 보일라고 그랬다"면서 "실제로 집에 가면 설거지 다 한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심상정 후보가 "웃어서 넘길 일이 아니다"라면서 "여성을 종으로 보지 않으면 그런 말 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홍준표 후보는 "그걸 사과하라고 하면 어떡하느냐. 웃으라고 한 소리였다"면서 "스트롱맨 스트롱맨 하니까 쎈척 해볼라고 한 소리"라고 둘러댔다. 유승민 후보가 "그게 스트롱맨이냐"고 지적하고, 심 후보가 "여성을 종으로 만드는 게 스트롱맨이라는 거냐"고 하자, 홍 후보는 그제서야 "여성들에게 그게 말이 잘못됐다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토론 말미에 홍준표 후보는 경남도 무상급식 문제로 뭇매를 맞았다. 문재인 후보가 "무상급식 왜 중단했느냐"고 묻자, 홍 후보는 "전교조 교육감이 700억 받고 감사 안받겠다고 해서 돈을 안 준 것"이라면서 "우리 도는 100만 원만 줘도 감사하는데 700억인데 어떻게 감사를 안 하냐. 그거 우리가 나중에 해보니까 250군데에 부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반대하지 않았지만 전교조 교육감 때문에 중단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유승민 후보가 홍준표 후보의 설명에 "옛날에 무상 들어가면 무조건 반대하셨잖아요"라고 꼬집자, 홍 후보는 "아닙니다"라면서 "아니 주적이 저기(문재인 후보)라니까? 꼭 하는 짓이 이정희 같아"라고 말을 돌렸다. 심상정 후보가 "스트롱맨이 아니라 나일론맨이시네"라고 비꼬자, 홍 후보는 "당론이 반대였다. 당 지도부가 반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승민 후보가 "무슨 소리냐. 저도 지도부였다"면서 "당론은 없었다"고 지적하자, 홍 후보는 "전교조 교육감이 하는 거지 내가 중단시켰냐"면서 "우린 지원기관이고 주체는 교육감"이라고 항변했다. 문재인 후보가 "돈을 안 주니까 안 되죠"라고 하자, 홍 후보는 "아니 돈을 줬는데 어떻게 쓰여졌는지 보자는 거 아니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심상정 후보가 "홍준표 후보는 공짜밥 논란 일으켜서 아이들 밥그릇 다 뺏은 분"이라고 말하자, 홍 후보는 "아니, 참 어이가 없는 토론을 한다"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마무리 발언에서 홍 후보는 무상급식 폐지가 마음에 걸렸는지 "무상급식 하나 가지고 나만 공격하니 참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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