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에서 제대한 임기영이 올 시즌 일을 내고 있다. 가능성은 있었지만 이렇게 잘 던질 줄은 몰랐다. 5선발 후보군이 많았고, 그 중 하나였던 임기영은 김윤동과 홍건희에 비해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된 후 확인된 기아의 진짜 보석은 임기영이었다.

임기영 프로 데뷔 첫 완투승, 기아 새로운 진짜 영건을 얻었다

세 경기 연속 완벽한 모습을 보인 임기영이 마침내 프로 데뷔 6년 만에 선발 완투승을 거뒀다. 한화에서 프로 데뷔를 한 임기영은 2014 시즌이 끝난 후 송은범의 FA 보상 선수로 기아로 옮겨왔다. 곧바로 상무에서 활동하다 복귀하자마자 선발 투수로서 가치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

이번 경기는 의외의 투수전이었다. 양 팀 모두 5선발이 나섰다는 점에서 난타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되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달랐다. 완전한 투수전으로 이어지며 흥미로운 대결로 흘렀다. 고영표와 임기영은 젊은 투수다운 패기로 상대를 압박하는 투구를 했다.

kt 선발 고영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빠른 승부로 투구수를 줄이며 보다 적극적인 피칭을 하는 이들은 경기를 지배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타자와의 기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승부를 피하면 결국 투구수는 늘어나고 실점 역시 한없이 많아진다.

팽팽한 투수전의 분수령은 kt는 4회였고 기아는 5회였다. 먼저 기회를 잡은 kt는 선두 타자인 이대형이 투수를 괴롭히다 외야 빈 공간을 노려 친 공이 제대로 펜스까지 흘러갔다. 느린 최형우가 방향을 잘못 잡으며 작은 빈틈을 놓치지 않은 이대형은 쉬지 않고 3루까지 뛰었다. 좌전 안타가 3루타가 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는 점에서 이대형의 주루 센스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무사 3루에서 못해도 선취점은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였다. 그리고 신인들의 경우 잘 던지다 위기가 찾아오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경우들이 많다. 임기영에게도 4회가 위기였다. 무사 3루에 중심 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불안함이 증폭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임기영은 달랐다. 자신의 공을 믿고 던졌다. 최소한 쉽게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투지가 그의 투구에 담겨 있었다. 2번 전민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모넬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더니 4번 유한준 역시 가볍게 중견수 플라이로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무사 3루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으며 분위기는 기아로 흘렀다.

SK 시절 이명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위기를 넘긴 기아는(물론 4회 초 먼저 득점 기회를 잡기는 했지만) 5회 초 극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2사 후 김선빈이 긴 승부 끝에 안타를 치고 나가자 최근 영점이 맞기 시작한 버나디나가 안타로 화답했다. 그리고 2번 이명기는 야구 인생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록을 만들었다.

잘 맞은 타구를 중견수 전민수가 다이빙까지 하며 잡으려 했지만 놓쳤다. 그렇게 뒤로 흐른 공은 하염없이 펜스를 향해 굴러갈 수밖에 없었다. 발 빠른 두 주자는 이미 홈으로 들어왔고, 이명기 역시 4회 이대형이 전력 질주를 했듯 홈까지 파고들며 시즌 첫 그라운드 홈런을 쳤다.

전민수의 패기는 아쉬움을 남겼고, 그렇게 이명기는 트레이드 후 최근 멀티 안타를 치며 타격감이 올라오더니 극적인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6회에도 최형우와 나지완의 연속 안타로 추가점을 올리며 4-0으로 앞서갔다. 고영표는 5와 1/3이닝 동안 108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1피홈런, 6탈삼진, 무사사구, 4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kt는 젊은 선발 자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반가웠을 듯하다. 9회에도 김주형의 2루타와 버나디나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리며 5-0까지 앞서 나갔다. 점수는 충분히 확보되었고, 8회 투아웃 후 연속 안타를 내주며 흔들렸던 임기영은 대타 윤요섭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불을 껐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기영은 무사사구 완투승을 노렸다. 하지만 생애 첫 선발로 나서 9회까지 마운드에 오른 임기영은 부담감을 느꼈던 듯하다. 2사까지는 잘 잡았지만 모넬과 승부에서 볼넷을 내주며 순간 흔들렸다. 9회 2사 상황에서 이번 경기 첫 볼넷을 내주며 임기영은 경기 내내 팽팽하던 긴장감은 갑작스럽게 느슨해졌다.

유한준에게도 안타를 내주며 실점을 하며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되었다. 하지만 임기영은 해냈다. 위기 상황에 다시 박경수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프로 데뷔 후 첫 완투승을 완성했다. 임기영은 9이닝 동안 122개의 공으로 7피안타, 6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으로 완벽한 승리를 이끌었다.

KIA 타이거즈 임기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122개의 공을 던졌지만 마지막 투구에서도 힘이 빠지지 않았다. 물론 임기영이 이런 페이스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여름이 오면 체력이 급격하게 무너지며 현재의 기세가 모두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이 경기는 임기영에게도 팬들에게도 강렬하게 기억될 것이다.

임기영이나 벤치에서도 이제는 장기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임기영에 현재 던지는 모습은 그 어떤 투수보다 뛰어나다. 그런 점에서 이 선수가 선발로서 장수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불펜이 제자리를 찾아야만 할 것이다.

임기영의 호투로 인해 기아는 파죽의 6연승을 올렸다. 초반 페이스가 작년 두산이 우승하던 상황과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 헥터, 팻딘, 양현종에 이어 임기영까지 선발 4명이 모두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완벽한 선발로 선두를 달리는 기아의 선발 야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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