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시사교양·보도제작 프로그램에서 ‘세월호’가 자취를 감췄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었지만 관련 보도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타사에 비해 적거나 아예 방송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역 MBC에서 세월호 관련 특집 뉴스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전국 방송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 세월호 피해자들을 폄훼하고 보도를 외면해온 경영진들이 MBC에 남아있기 때문이란 비판이 나왔다.

MBC<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참사 3주기였던 지난 16일 세월호 관련 추모 행사를 종합한 리포트 하나만 보도했다. 전날인 15일에는 주말 집회 리포트 안에 녹여 이를 전했다. 16일 세월호와 관련해 두 꼭지 이상 리포트 방송한 지상파 KBS·SBS와는 달랐다.

▲지난 15일, 16일 광주·목포·여수 MBC<뉴스데스크>가 합동으로 세월호 관련 특집 뉴스를 편성해 방송했다. 사진은 광주·목표·여수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이뿐만 아니라 시사교양·보도제작 프로그램에서 세월호가 사라졌다. 세월호 참사 3주년이 다가왔지만 <PD수첩>, <MBC 스페셜>, <리얼스토리 눈>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 세월호를 다룬 프로그램은 없었다. 뒤늦게 <PD수첩>이 18일 저녁 세월호를 다룬다. KBS<추억 60분>, SBS<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세월호 3주기를 다룬 것과 달랐다.

지역 MBC들은 세월호를 다룬 특집 뉴스를 대거 편성해왔다. 목포 MBC의 지난 14일 특집 <뉴스데스크>에 이어, 15일과 16일 광주, 목포, 여수 MBC가 합동으로 세월호를 다룬 특집 <뉴스데스크>를 방송했다. 매일 20분가량을 할애해 수색 진행 상황 등의 속보와 미수습자 가족들의 모습을 전하고 침몰 원인 분석을 위한 과제, 세월호 참사 후 안전 관리 대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실위는 17일 보고서에서 지역 MBC의 세월호 특집 뉴스 편성에 “3년 전 참사가 발생했을 때부터 현장을 계속 지키며 취재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지역 MBC의 이런 노력은 정작 전국방송에서는 단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MBC의 이런 행태는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역 MBC 기자들마저 ‘기레기’로 먹칠해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MBC에는 3년 전 현장의 보고를 무시하고 ‘전원구조’ 오보를 내고, 방송에서 공공연히 세월호 유족들을 폄훼한 박상후 당시 전국부장이 현재 시세제작1부장으로 남아있다. 또 유가족을 ‘깡패’라고 지칭한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은 사장 자리에 올랐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 불응한 이진숙 대전 사장 등은 여전히 MBC에 있다.

민실위는 “이번 세월호 인양과 3주기를 다룬 뉴스데스크는 수박 겉핡기와 생색내기에 그쳤다. 정작 세월호가 뭍에 도착한 뒤 ‘세월호’는 다시 금기어가 됐다”며 “MBC 경영진과 간부들은 유례없는 사고의 피해자들을 폄훼하고 진실 보도를 일관되게 외면해왔다. MBC 구성원들은 누가 공영방송 MBC에서 ‘세월호’를 금기어로 만들었는지, 누가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려 했는지 철저히 기록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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