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연예대상의 주인공은 강호동이었다. 방송3사 연예대상 중 MBC, KBS 이렇게 2개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SBS 연예대상 하나로 만족해야 했다.

당시 인터넷에선 파란이 일었었다. 강호동의 승리에 납득하지 못하는 네티즌들 때문이다. 강호동이 KBS에서 연예대상을 받은 후에 화제로 떠오른 인물은 강호동이 아닌 유재석이었다. 강호동의 수상에 박수를 쳐준 유재석이 대인배라는 찬사가 잇따라 터져 나왔던 것이다. 정작 주인공인 강호동은 ‘찬밥’ 신세였다.

강호동이 MBC에서까지 연예대상을 받자 역풍은 더욱 거세졌다. 아고라에서 강호동의 수상에 항의하는 청원까지 진행됐을 정도다. 그만큼 대중은 유재석이 수상하지 못한 것에 애석해했다.

하지만 2008년에 강호동이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능력과 상관없이 각 방송사의 예능 구도가 그렇게 형성됐었다. 올해는 다르다. 올해야말로 유재석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구도가 펼쳐졌다.

2008년에 강호동이 둘, 유재석이 하나를 가져갔다면 올해엔 반대로 유재석에게 둘, 강호동에게 하나가 가는 것이 맞다. 각 매체의 연예대상 예측 기사에서 간간이 이경규, 이휘재, 박미선 등의 이름도 거론되는데 이들이 올해 유재석, 강호동의 존재감을 뛰어넘었다고는 볼 수 없고, 강호동이 유재석을 뛰어넘었다고도 볼 수 없기 때문에,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 유재석이어야 할 것이다.

SBS, 개고생 유재석

먼저 SBS를 보자. SBS의 주말예능을 살린 건 뭐니뭐니해도 <패밀리가 떴다>이고, 여러 가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그램을 구원한 것은 단연 유재석의 ‘개고생’이었다.

프로그램의 활력이 점차 떨어져가고, 주요 인물의 하차 혹은 캐릭터의 무력화 속에서 유재석이 그야말로 악전고투하며 <패밀리가 떴다>를 지켰다. 유재석의 개고생은 보는 시청자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건 유재석이 나서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도무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재석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므로 그 전에 주말예능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던 SBS에게 유재석은 2년 연속 구세주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SBS 연예대상이 2년 연속 유재석에게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연예대상은 물론 감투상까지 얹어줘야 할 상황이다.

반면에 강호동은 올해 SBS에서 <야심만만2>가 폐지되는 비운을 맞았고, <스타킹>도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강심장>은 너무 늦게 시작됐기 때문에 유재석에게 확연히 밀린다.

MBC, 기적의 무한도전

올해는 리얼버라이어티의 해였다. 그리고 MBC엔 리얼버라이어티의 원조인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올해 MBC에서 전통적으로 주말을 지켰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침몰한 가운데 혈혈단신으로 주말 예능을 사수했다.

단순히 시청률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청률로만 보면 <세바퀴>도 선전했지만, 화제성으로 보나 트렌드 주도 능력으로 보나 <무한도전>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무한도전>은 작년에 잠시 슬럼프를 겪으며 캐릭터들이 식상해졌다는 평까지 받았다가 올해 확고하게 부활했다. 올 여름엔 <무한도전> 이벤트로 가요차트까지 석권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그야말로 기적의 프로그램이라 할 것이다.

유재석은 그 한 가운데에 있었다. 올해 호평 받았던 ‘품절남’ 특집에서도 유재석의 존재감이 분명히 드러났었다. MBC는 재작년에는 <무한도전>에 단체로 대상을 주고, 작년엔 강호동을 선택했으므로 올해엔 당연히 유재석에게 개인적으로 대상이 가야 한다.

유재석은 뿐만 아니라 올해 <놀러와>를 진행하며 <야심만만2>를 격침시키고, <미녀들의 수다>를 따돌리기까지 했다. MBC에겐 공신중의 공신인 것이다. <세바퀴>에서 이휘재의 역할은 유재석처럼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MBC는 유재석이다.

KBS, 1박2일 이것이 국민예능이다

<무한도전>이 주로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다면, 올해 <1박2일>은 진정한 국민예능으로서 일요일 저녁의 동반자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예능의 최대 격전지인 주말예능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침몰시킨 것은 물론, SBS 경쟁 프로그램까지 따돌렸으니 가히 패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강호동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강호동의 능력과 개성을 빼놓고 <1박2일>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재석이 비록 <해피투게더>로 주중에 선방했지만 주말예능을 평정한 <1박2일>에 비할 수 없다.

후반에 <남자의 자격>과 <천하무적 야구단>이 선전했지만 이 역시 <1박2일>에 비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경규가 강호동을 제치고 대상을 받는다면 조금은 어색한 광경이 될 것이다.

유재석이 <패밀리가 떴다>와 <무한도전>에서 개고생을 했다면, 강호동은 <1박2일>에서 개고생을 했다. 유재석이 퓨쳐라이거로 대박을 쳤던 올 여름에 강호동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폭우 속에 몸을 던져 널브러지기도 했다. 그렇게 몸을 던지는 자세가 오늘의 강호동과 <1박2일>을 만든 힘이라고 할 것이다. SBS에서 유재석의 연속수상이 당연하다면, KBS에선 강호동의 연속수상이 당연하다.(혹은 <1박2일>팀 공동수상도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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