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국가정보원이 민간 여론조작 조직을 운영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온라인에서 정부를 옹호하는 게시글을 작성하는 등 조직적인 여론 공작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시사 주간지 <한겨레21>이 한 국정원 직원의 증언과 내부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17일 한겨레 지면 기사.

1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알파팀’이라는 이름의 여론공작 조직을 운영했다. 보수 인사인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전 미래한국, 조갑제닷컴 기자)를 중심으로 10명 안팎의 우익 청년으로 소속돼 있었다. △이명박 정권 초기 비판적인 사회 여론이 결집되던 다음 ‘아고라’에 게시글 작성 △블로그 뉴스 칼럼 작성 후 뉴스 송고 △조중동 등 보수 언론 독자란 투고 등의 활동을 지시했다. 국정원은 20대 팀원에겐 글당 2만5000원, 30대 팀원에겐 5만 원을 지급했다.

국정원은 또 알파팀에게 ‘집중 게재 칼럼 주제’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국정원이 제시한 주제는 △김대중 헛소리 비판, 이외수 ‘경향신문’ 헛소리 비판(2009년 1월2일), △당분간 MBC-민주당-민노당 비판에 집중(1월8일), △홍준표 좌익에게 모욕당한 칼럼(1월16일) △천지성 판사(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딸) 집중 비판(2월17일) 등이었다. 2008년 12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알파팀에서 활동한 ㄱ씨는 <한겨레21> 취재진에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국정원은 알파팀을 활용해 법원, 정당, 언론기관 등을 망라해 여론전을 벌였다. 국정원과 알파팀의 중간 고리 노릇을 하던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는 2009년 2월17일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학교(국정원) 측의 의견을 전한다”며 “노노데모 소송건과 관련해 천지성 판사를 집중 비판”할 것을 지시했다.

▲17일 한겨레 지면 기사.

이날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결성된 ‘노노데모’ 등 보수단체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지적한 MBC PD수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기각된 당일이었다. 국정원 지시가 떨어지자 알파팀은 이튿날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천지성 판사는 편파 왜곡의 주둥이?”라는 글을 통해 “사법부가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며 판결에 대해 “선전선동 편파왜곡 방송을 정당화하는 반민주주의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청년들과 함께 국정원 직원을 만나고 일부 후원을 받았다”면서도 “국정원으로부터 매일 지침을 받고 공작을 벌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도 “해당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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