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의 ‘주춤세’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주말을 경유해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해보면 대략적인 하락 추세가 드러난다.

하락의 원인은 거의 분명한 것 같다. 배우자인 김미경 교수의 ‘보좌진 갑질’ 논란과 TV토론에서의 부진, 단설유치원 발언 논란 등이다. 이렇다는 것은 일단 두 가지 면에서 전망을 밝지 않게 한다. 어쨌든 ‘검증’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세기가 강해질 것이다. TV토론의 경우 앞으로 남은 일정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드느냐가 핵심인데 짧은 시간 안에 이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지난 토론을 복기해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지적하는 대로 토론을 거듭할수록 안철수 후보의 허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유력한 경쟁자로 볼 수 있는 문재인 후보 쪽 분위기는 적어도 지금은 상승세다. 그간 선대위 참여를 망설여 탈당설까지 돌았던 박영선 변재일 의원이 합류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씨와 상도동계의 좌장격인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문재인 후보 지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간 언론은 안철수 후보 지지층을 두고 “단단하지 않다”고 평가해 왔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는 확장성이 부족한 대신 잘 흩어지지 않는 단단한 지지층을 갖고 있고, 안철수 후보는 중도로의 확장이 용이한 대신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거다.

다시 말하자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은 ‘밴드웨건 효과’의 효과를 상대적으로 크게 보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안철수 후보를 향한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다시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존재했다는 거다. 이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층이 일종의 ‘안티테제’로서 안철수 후보를 대안으로 선택한 것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론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새벽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에 정박한 해경 3008함에서 불법조업 외국어선 상황을 청취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보인다는 거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기지 못하는 결과가 반복 노출되면 그간 애써 쌓아놓은 지지층은 쉽게 허물어진다.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묻지마 논리’에 감춰져 있던 단점들이 새삼스럽게 드러날 수 있다는 거다.

이 부분에서 효용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上王)된다”는 논리다. 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인 대구경북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비토 정서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그간 ‘문재인 대통령’을 막기 위해 짐짓 외면해왔던 이런 대목들이 다시 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홍준표 후보 측이 ‘보수세력 파산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대선을 치르기 위해 250억원 정도의 거액을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홍준표 후보가 15%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면 자유한국당은 선거비용의 절반을, 10% 미만 득표라면 전액을 보전받지 못해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보수적 유권자층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꺾기 위해 안철수 후보에게 ‘몰아주기’를 하는 모험을 감행하느냐, 아니면 대선을 사실상 포기하고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이라는 조직을 남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만일 이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추가로 하락한다면 ‘모험’의 리스크는 커지고 ‘본전’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보수적 유권자층이 확실히 반응할 수 있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후퇴는 시작에 불과하며 이후 지속적으로 다방면에 걸친 이념적 지향을 노출해야 표의 응집력이 더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이런 선거 전략을 구사할 경우 반대로 호남을 중심으로 한 구 야권 지지층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보도된 다수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호남 지역의 여론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오가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다시 지지율 상승의 기회를 잡지 못하면 호남 여론은 두 후보가 반씩 나눠 갖는 정도의 상태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안철수 후보는 당분간 ‘자강론’의 스탠스를 바꾸지 않을 것 같다. 국민의당이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를 고발해버렸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0~12일 대선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단일후보 문재인,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연대 단일후보 안철수’라는 문항을 넣었다는 게 이유다. 이 부분이 마치 안철수 후보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후보와 선거연합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거다. 이를 뒤집어 이해하면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과의 후보단일화 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할 예정이라는 뜻도 된다.

만일 지금의 포지션을 유지한다고 하면,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검토할 때 홍준표 후보의 지지층이 얼마나 흔들리느냐에 따라 안철수 후보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홍준표 후보의 지지층이 결집할수록 ‘대체제’로서 안철수 후보의 위력이 그만큼 반감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다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운명과도 연관지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6일 언론은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29일 전까지 의원총회를 열어 수보 사퇴를 포함한 당의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국민의 요구를 받드는 차원에서 안철수 후보지지 선언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사퇴’를 주장하는 당의 입장과 ‘완주’를 주장하는 후보의 입장이 충돌하면 바른정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도 생긴다. 바른정당이 사실상 공중분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경우가 안철수 후보 지지층의 확장 기회가 될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결국 안철수 후보가 이후 추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느냐 여부는 ‘개인기’에서 찾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후보를 중심에 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숨어 있는 보수표’에 기대는 게 유일한 희망이 돼버리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