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추적60분> 제작진이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들로 구성된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촬영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지적이 일자 사과문을 올리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KBS 제작진이 독립 영화·다큐 제작자들의 촬영 영상들을 ‘사용료’ 지급하지 않고 방송에 사용했던 기존 관행에 대한 비판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류미례 영화감독의 페이스북 글과 KBS<추적60분> 제작진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을 종합해보면 <추적60분> 제작진은 지난 12일 저녁 ‘세월호 1,091일 만의 귀환’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방송에서 미디어위원회 측이 촬영한 영상 약 28초를 사용 조건 등에 대한 조율을 끝내지 않고 사용했고, 출처 자막도 누락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추적60분> '세월호 1,091일 만의 귀환' 화면 갈무리.

<추적60분> 제작진은 지난 9일 미디어위에 페이스북 메시지로 위원회 측이 촬영한 세월호 관련 영상을 제공 받고 싶다고 연락했고, 출처표기도 명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위는 자료제공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작진 측에 답신했으나 제작진은 이 메시지를 읽고 답장하지 않은 채 영상을 방송에 내보냈다.

류 감독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 제작진이 보내온 메시지와 함께 장문을 글을 공유하며 제작진의 행태를 비판했다. 결국, <추적60분> 제작진이 이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 이전부터 KBS측이 독립 다큐·영화 제작진의 영상을 사용료도 지급하지 않고 쓰거나 쓰려고 했던 과거 상황들까지 문제제기가 됐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추가 글을 올려 지난 2014년 6월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 당시 KBS 취재진이 무례한 행동을 했던 점을 지적했고,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희생자와 비교했던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는 “그렇게 뻔뻔하던 KBS가 촛불의 힘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촛불의 힘으로 세월호가 올라오니까 프로그램을 편성했다”고 비판했다.

류 감독은 “KBS는 여론에 밀려 얼른 사과하고 돈 주고 끝내려 하고 있다”면서 “최소한 앞으로 저희(미디어위)같은 피해자는 없도록 해야 한다. ‘진실을 알린다’는 명분 하나로 묵묵히 지상파 방송인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수많은 미디어활동가들의 자존심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회의를 하고 진행상황을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추적60분>제작진은 지난 13일 올린 사과문에서 “제작일정에 쫓긴 제작진들이 회신을 드리지 못하고 출저 자막조차 누락한 채 영상을 방송에 사용했다”며 “방송직전까지 확인 절차를 거듭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미디어위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KBS<추적60분> 제작진이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 캡쳐.

또 “미디어위에 해당 사건에 대한 사과와 소중한 영상을 사용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비슷한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영상자료 협조 요청 시 사전 협의 및 출처 표시에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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