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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살아있다,’ 욕망과 복수가 교차하는 그곳에서 만나게 될 언니들[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7.04.16 17:41

김순옥 작가는 이른바 '막장 복수극'의 상징이자 전형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작가이다. 김순옥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회자하게 만든 <아내의 유혹(2008)>이 그러했고, <왔다 장보리(2014)>와 <내 딸 금사월(2015)>로 그 정점을 찍었다. 얼굴에 점을 찍고 나타나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던 전 남편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속여 넘긴다는 얼토당토않은 구은재(장서희 분)식 설정에 많은 시청자들을 어이없어 하면서도 열광하게 만들었고, 착한 주인공 대신 '네버엔딩 악'이었던 연민정에게 환호하게 만들었듯이 김순옥 작가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내를 절묘하게 포착하여 적나라하게 표출해내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런 대가로 돌아온 건, '막장'의 대표적 작가라는 오명과 함께 얻어진 믿고 보는 '시청률 보증수표'였다. 

당찬 자기 디스로 시작된 첫 회 
그런 이율배반적 명성의 작가답게 15일 첫 포문을 연 <언니는 살아있다>는 가장 자극적인 상황, 스토커에게 죽을 위기에 빠지고, 어렵게 한 결혼식 당일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애지중지하는 아이를 잃고, 범인으로 몰려 모든 것을 다 잃는 극한의 상황 속으로 주인공을 몰아넣으며 운을 뗀다.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의 여주인공을 인생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은 자극적인 내용인데도 안 볼래?라는 식이다.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더욱이 첫 회 흥미로웠던 것은 김순옥 작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한 '디스'다. 발연기 여배우 민들레(장서희 분)의 대본 연습 장면, 구제할 길 없는 그녀의 발연기에 작가가 한마디 하자 민들레는 얼굴에 점 하나 찍는 대본을 야유한다. 김순옥 작가의 <아내의 유혹>이 연상되는 이 장면, 작가 자신이 본인의 설정을 '막장'이라 조롱하는 이 장면은 반전의 '오마주'랄까? 아니면 '커밍 아웃'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렇게 막장이라 야유하면서 볼 거지?란 여유일까? 그렇게 첫 회 스스로 자신에 대한 '디스'를 마다하지 않고 야심차게, 혹은 여유롭게 말문을 연 드라마의 설정은 기존의 김순옥 드라마다운 '복수극'과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상으로 이목을 끌고자 한다. 

우선 기존 김순옥 드라마다운 '복수'의 그물이 촘촘하게 드리워져 있다. 공룡 그룹을 중심으로 그 가계 내에서 공룡 그룹의 후계 구도를 향해 저마다 돌진하는 구세준(조윤우 분)과 구세경(손여은 분), 특히 구세경의 갑질과 김은향(오윤아 분) 남편인 추태수(박광현 분)과의 불륜은 '복수극'의 전형으로 씨를 뿌린다. 여기에 구세준의 친모 이계화(양정아 분)의 욕망과 김은향의 상실, 그리고 양달희(다솜 분)의 욕망이 뒤얽혀 들며 김순옥 특유 '가족 막장극'의 구도를 완성한다. 

하지만 이런 가족 간의 막장극이야 이미 주말 드라마 계에선 클리셰다 못해 신물이 날 정도로 자기 복제를 거듭했던 장르가 되어버린 소재. 이런 '자가당착'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김순옥 작가가 내세운 것은 '네 명의 언니'라는 거의 대하드라마 급의 얽히고 얽힌 서사의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미니시리즈가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이라는 하나의 멜로 구조를 가지고 이끌어 가는 것과 달리,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주말 드라마 특유의 등장인물 각각의 곡진한 멜로 구조가 김순옥 특유의 '극단적' 설정을 가지고 포진해 있다는 것을 첫 회의 첫 장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호객'을 한다.

욕망에 솔직한 여주인공들
거기에 더해 이미 일찍이 <아내의 유혹>이래 김순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주도적으로 자기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이다. 위 연배의 언니들인 민들레와 김은향이 '수동적'으로 자기 삶에 몰려온 '비극'에 대항하여 '복수'를 꾀하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주인공들인 반면, 그와 다르게 젊은 주인공 강하리(김주현 분)과 양달희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욕망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

수능 하루 전날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전문대학만 나온 양하리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문방구를 운영하며 어린 동생을 키우고 사는 소녀 가장. 흔히 이런 '캔디' 캐릭터가 보여주는 순애보적인 사랑 역시 양하리의 몫이다. 그 양상은 다르다. 법학 전문 대학원을 나온 입지전적 애인에 대해 주제를 알라는 동생에게 당당하게 왜 자신이 포기해야 하느냐 반문한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다며 하늘에 몸을 던져 먼저 프러포즈를 하는 등 자신의 사랑에 대해 비겁하거나 물러서지 않는 양하리의 캐릭터는 이 시대 여성의 당당함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양달희는 거기에 한 술 더 뜬다. 미국까지 건너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처지에서 만난 재벌녀의 갑질에 그녀는 때론 반항하고, 결국 스스로를  범죄의 족쇄에 얽혀들게 만든다. 그런 그녀의 위기 속에 일관되게 표출되는 건 내가 돈만 없을 뿐 결코 저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당찬, 아니 당찬을 넘은 자존감. 그 자존감은 '신분 상승'에 대한 열망으로 전화되어 '배신'의 행로에 그녀를 몰아넣을 듯하다. 

이처럼 김순옥 등의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은 '욕망'의 솔직함과 실천력이다.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가, 그리고 <왔다 장보리>의 주연을 역전시켜버린 연민정이 그랬듯이, 당하지 않고 비록 억지 설정이라도 그것을 뒤집어엎어 버리는 그리고 기꺼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매진하는 '우먼파워'가 바로 이 시대 시청자들의 욕망을 솔직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언니가 살아있다>에서 아직 구은재와 연민정을 대신할 젊은 연기자의 매력이 돋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단 한 장면이지만 나이 든 언니들인 민들레와 김연향의 호연이 돋보인다. 이런 신구의 언밸런스한 연기력을 어떻게 조화로 이끌어 낼지, 과연 새로운 구은재와 연민정이 등장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스스로 디스한 그 김순옥 작가의 말도 안 되는 설정의 딜레마를 이번에는 극복할 수 있을지, 그 또한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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