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수학에 취약하다. 필자 역시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수에 어둡다. 그렇지만 김어준과 최진성의 영화 <더 플랜>에서 등장하는 숫자 1.5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떤 숫자가 들어가든 결과는 1.5가 되는 마법의 수, 공포의 숫자 1.5의 진실이 지난 대선 개표에 숨어 있었다. 그저 숫자의 비밀을 찾아내고, 통계를 낸 것에 불과한데 요즘 본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 더 끔찍한 충격을 주었다.

영화 <더 플랜> 포스터

이 영화의 카피는 ‘개표가 결정한다’이다. 무슨 말인가 싶은 문장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면 아니 다 보기도 전에 그 소름 돋는 의미를 알아차리게 되고, 분노와 허무함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선거인수가 몇 명이든, 투표율이 어떻게 되든, 득표가 어떻게 되든 결과는 만들어질 수 있다. 만약 어떤 해커가 개표기를 해킹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엄청난 결과에 비해서 이 영화가 밝혀낸 음모의 내막은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다. 또한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또한 간단하다. 이 영화를 제작한 김어준은 결코 2012년 대선을 단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로지 다가올 대선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함이라고만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단지 기계와 사람의 검표 순서만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이 간단한 제안은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런 현실이 이 영화를 더욱 무섭고 잔혹한 것으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개표기는 그저 기계일 뿐인데 무슨 해킹이냐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개표기는 기계가 아니라 컴퓨터라는 사실을 잊고 있을 뿐이다. 개표기는 단순한 동작을 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어떤 값을 넣느냐에 따라서 개표기는 인간의 눈으로는 감시할 수 없는 빠르고, 정확한 솜씨로 결과를 조작해낼 수 있는 컴퓨터라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리고 아무도 몰랐던 그 비밀의 숫자를 발견해낸 한국인이 있었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현화신 교수였다. 전국 250개 개표소에서 나타난 수상한 결과와 이상한 수치들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우선 기계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미분류표가 3.6%나 됐다. 아니다. 그것은 기계를 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조작된 결과일 수 있다. 미분류 110만 표가 만든 요지경 세상은 절묘했다.

영화 <더 플랜> 스틸 이미지

그렇게 많았던 미분류표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개별 개표소의 득표현황이 어쨌든 박근혜 후보의 표로 확정되는 표가 1.5배 많은 것이다. 물론 일률적으로 1.5배는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수들이 1.5를 향해 수렴한다는 것이고, 그들 모두의 통계가 1.5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1.5는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투표를 좌우하는 마법의 수, 조작의 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대선의 결과 분류표에서의 두 후보의 득표율에 비해 미분류표의 득표율은 너무 컸다. 박근혜 후보는 분류표 득표율보다 1.3% 정도 높았지만 문재인 후보의 경우는 무려 13%가 낮았다. 다시 말해서 분류표에서의 득표율은 3.3% 차이였지만 미분류표에서의 득표율은 무려 17%나 차이가 났다. 그것이 미분류표가 110만표 나와야 하는 이유의 전부였던 것이라고 이 영화는 보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은 선거전부터 개표까지 석연찮은 구석이 무척이나 많았다. 투표 전에는 소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시끄러웠으나 받아쓰기의 달인 언론의 성실한 협조 속에 부정선거가 아닌, 국정원녀 감금사건이라는 본말이 뒤집힌 프레임이 되고 말았다. 또한 개표에서도 상식 밖에 일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선관위 공표보다 빠른 방송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영화 <더 플랜> 스틸 이미지

그러나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선거가 끝나고 여러 곳에서 ‘선거에 이겼고, 개표에 졌다’는 말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만약 우연이라면 너무도 소름 돋는 숫자인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 51.6% 때문에라도 그 의심은 단순한 선거불복과는 달랐다. 그리고 충분히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미분류표 3.6%와 1.5의 법칙.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관위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나마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감시다.

이번 대선은 벚꽃대선도 아니고, 장미대선도 아니다. 시민들이 혹한과 싸우며 한겨울을 이겨낸 촛불대선이다. 그 촛불의 의미, 촛불의 정성, 촛불의 간절함이 훼손당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지난겨울의 열정을 선거 감시에 쏟아야 할 것 같다. 적어도 개표에서 지지는 않아야 하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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