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1일 ‘기본요금 폐지’를 공약하자, 경제지들이 익명의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목소리를 대대적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 위축과 통신사 영업 이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경제지의 주장은 일간 신문으로 옮겨가면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광고주인 이통3사의 영업이익 감소 우려에 경제지를 비롯한 언론사가 충성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13일 서울신문은 22면 <기본료 폐지·단통법 개정 공약… 현실성 갸웃> 기사를 통해 “통신업계가 출렁이고 있다”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정치권과 업계 시민단체 간 갑론을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서울신문은 통신업계의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실효성이 없는데다 통신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전체 가입자의 요금에서 월 1만 1000원씩 할인할 경우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7조 2600억원가량 줄어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가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2017 팩트체크’, 한국일보 '팩트파인더', 서울신문 '기본료 폐지, 단통법 개정 공약… 현실성 갸웃' 기사 (위에서부터)

조선일보 역시 ‘2017 팩트 체크’를 통해 문재인 후보의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해 진위여부를 가리는 지경이었다.

조선일보는 “문 후보가 공약에서 ‘4차 산업혁명’과 ‘차세대 5G 통신기술 구현’을 강조하면서도,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을 위해 제시한 ’통신 기본료 완전 폐지‘의 근거는 사실과 대체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조선일보는 “SK텔레콤의 경우 향후 3년간 5G 망 구축에만 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 등도 수조원대 투자 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인위적으로 요금을 인하한다면 통신업체의 투자 여력이 사라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팩크 체크’ 대열에 동참했다. 한국일보는 “모든 이용자(약 5,500만명)의 월 요금을 일괄적으로 1만1,000원씩 깎아준다면 이들 업체는 당장 3조6,624억원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며 "사실상 통신망 유지 또는 보수를 계속할 수 없는 셈”이라고 깎아 내렸다.

경제지, 기본료 폐지 공약에 ‘반시장주의’ 낙인

일간신문까지 확장된 기본료 폐지에 대한 비난은 경제지가 먼저 시작했다. 경제지들은 익명의 ‘통신사 임원’, ‘통신업계 관계자’ 등의 목소리를 빌어 ‘기본료 폐지’ 공약을 비난하는 데 앞장섰다.

가장 먼저 이통사의 주장을 받아 쓴 언론사는 이데일리다. 이데일리는 <문재인, 통신 기본료 폐지 오늘 발표..당내 이견도> 기사를 시작으로 <문재인 통신 기본료 폐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각계 비판(종합)>, <알뜰폰 업계, 문재인 '통신 기본료 폐지'에 "고사 우려>, <문재인 통신 기본료 폐지, 정책 포퓰리즘>, <[팩트체크]문재인 8대 통신비 절감대책 따져보니> 등의 기사를 통해 ‘기본료 폐지’ 공약을 비난했다.

특히 이데일리의 <문재인, 통신 기본료 폐지 오늘 발표..당내 이견도> 기사는 11일 문재인 후보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기도 전에 관련 자료를 보도하면서 후속보도의 프레임을 설정했다. 이 기사에서 이데일리는 “통신 시장에 정치권이 나서 기본료 폐지를 공약하는 것은 알뜰폰 등 중소 사업자의 생존권을 말살하고, 시장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민주당 내에서도 치열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며 이후 관련 보도 프레임을 ‘중소 사업자 생존권 말살’, ‘시장 경제 위축’ 등으로 설정하는 데 기여했다.

문재인 후보의 통신 기본료 폐지를 비판한 이데일리 기사들 (관련 화면 캡처)

이후 이데일리의 보도를 받아 쓴 경제지 등은 동일한 프레임 안에서 ‘반시장적’ 정책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제는 <문재인 "통신 기본료 폐지"…통신3사 "반시장적 요금 규제" 반발> 기사를 통해 “기본요금 폐지가 유력 대선후보의 공식 공약에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강제로 서비스요금을 규제하는 반(反)시장주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경제는 ‘한 통신사 임원’의 인터뷰를 통해 “기본요금을 폐지하면 통신 3사가 모두 적자 영업을 하게 되고 투자 여력이 사라지게 된다”며 “지속적인 망 유지·보수는 물론 5세대(5G) 통신망 구축을 위해서도 기본요금 징수가 불가피하다”고 강변했다.

한국경제는 ‘기본료 폐지’ 공약을 비난하는 데 사설까지 동원했다. 11일자 사설을 통해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왜 안 나오나 했다”며 “'통신요금 인하' 선거철 레퍼토리, 지겹지도 않나”고 비아냥댔다.

이어 한국경제는 “통신요금을 두고 다른 국가와 비교하며 비싸니 싸니 논란이 많지만 사용자별 부담은 기기에 따라, 사용량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며 “기본요금이든 보조금이든 단말기 값이든 가격문제는 경쟁 활성화와 사용자의 현명한 소비에서 답을 찾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의 관련 기사와 사설 (관련 화면 캡처)

매일경제 역시 <또 나왔다…통신기본료 폐지>라는 기사를 통해 “상황 인식 없이 정치권이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과점 통신사들이 억울해? 과한 얘기”

13일 은수미 전 의원, 참여연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외부자들’에 출연해 “통신사들이 억울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과하다”고 강조했다.

은수미 전 의원은 “이통 시장은 독과점”이라면서 “국민 세금을 그대로 자기가 기업화하는 데 활용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토해내서 억울한 것처럼 얘기하는 건 좀 과하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마치 여야 후보들이 지금 잘못된 주장을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며 “통신비는 정말 국민세금 한 푼 안 들이고도 당장 집집마다 2~30만 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비용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야 되는 가장 좋은 서민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안철수 후보도 오늘(13일) 발표한다고 했는데 제4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에 긍정적인 걸로 알려지고 있다”며 “유승민 후보나 홍준표 후보도 통신비가 인하되어야 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진행자인 정관용 교수는 “통신료 기본료 폐지는 참여연대가 몇 년 동안 외쳐왔다”며 “이번에는 모든 후보들이 다 공약에 걸지 또 모든 후보가 걸었으면 진짜 누가 되든 실현될지, 한번 우리가 감시해 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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