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민심…TK는 한국당, 호남은 국민의당

조선일보가 12일 전국 30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재·보궐선거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제목만 보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만 선전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경기도 하남시장 보궐선거다. 대선 한달을 앞둔 상황에서 수도권 표심을 확인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문병호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하남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당은 미니 대선이라 불리는 하남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화력을 총동원했다. 안철수 후보 본인은 물론이고 박지원·주승용·정동영·천정배·김성식·조배숙·이동섭·김영환 등 거의 모든 중진들을 불러서 선거유세에 활용했다. 심지어 민주당 하남지역위원장인 김시화까지 빼내서 선대위원장을 시킬 정도로 선거 승리를 위해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결과는 애석하게도 3등. 37.9%를 얻은 민주당 오수봉 후보가 1위였고 국민의당 유형욱 후보는 27.5%로 2위도 아닌 3위에 그치고 말았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대선 후보까지 투입, 충력을 기울이고도 민주당에 완패를 당하고 만 것이다. 그 충격이란~!

조선일보 2017년 4월 13일자 8면

조선일보가 진정 사심 없이 사실을 보도하는 신문지라면 하남시장 선거에서 국민의당이 패배한 의미와 무게를 충실히 기사에 반영해야 마땅할 터. 그러나 놀랍게도 조선일보는 복수의 정당관계자들 입을 빌어 오히려 국민의당이 선전한 것처럼 뒤집어 묘사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수도권 강세 지역 지지세가 확인된 셈이지만 하남시장 보선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도 27.5%를 득표해 최근 안철수 후보 지지세 상승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철수 후보 지지세 상승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단다. 국민의당은 패배하고도 덕담을 들었으니 울다가 웃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러나 이는 용납할 수 없는 편파이며 스스로 언론이기를 거부한 왜곡의 극치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오죽 부끄러웠으면 이름도 못 밝히는 정체불명의 정당관계자들을 내세웠을까.

조선일보의 왜곡은 이것만이 아니다. 부산·경남(PK)에서 민주당은 광역·기초의원 11곳 가운데 5곳(광역 1곳, 기초 4곳)을 차지했다. 원래 PK 지역 광역·기초의원 11곳 가운데 10곳은 지난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던 곳이었던 만큼, 민주당이 5곳을 가져온 것은 대승이라 할 만 하다. 나머지 6곳 중 당선자를 배출한 것은 자유한국당 3곳, 바른정당 1곳, 무소속 2곳 뿐이다.

그럴진대 조선일보가 사안을 공정하고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신문지라면 제목을 <재보선 민심…TK는 한국당, PK는 민주당, 호남은 국민의당>으로 뽑아야 옳지 않을까? (재보궐선거 결과를 전한 오늘자 신문들 가운데 민주당의 PK 승리를 제목에서 거세시킨 신문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유이하다.)

바르게 말하자.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좀비처럼 부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PK지역에서 의미있는 대승을 거두었으며,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으나 자신들이 기획한 미니 대선(하남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짐으로써 그 빛이 바랬다. 이렇게 말해야 재보선 민심이 정확하지 않나? 조선일보여, 할 말이 있으면 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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