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2일 오전 '사람 중심 경제'에 방점을 찍는 '문재인의 경제 비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후보의 핵심 경제 정책 방향에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지적과 함께 과거 정권에서 실패한 금융화 정책의 재탕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자본시장의 역동성 방안으로 ▲정부의 사전규제도 없고, 자금지원도 없으며 투자자 보호도 없는 벤처캐피탈 시장 조성 ▲스타트업 기술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는 전문 투자자들의 시장영역 조성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투명성과 신뢰 강화라는 원칙으로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정리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문재인 후보(왼쪽)가 경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조 한성대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연합뉴스)

문재인 후보의 이러한 경제 공약은 규제를 정리해 스타트업 기술 기업, 신산업 기업 등에 대한 금융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롤 판단된다. 그러나 문 후보의 경제 공약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지고 금융 자본을 대변하는 공약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먼저 현재 명확한 자기 기술을 가지고 시장에서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부가가치를 내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마저 금융자본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금융자본을 활성화해서 창업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맞지 않다. 이미 존재하는 중소·중견기업조차 보호하지 못하면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

사실 규제개혁을 통한 금융투자 촉진으로 스타트업의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공약으로 등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 모두 창업 지원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의 일환이었고, 현재는 4차 산업혁명이 주요 이슈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창업 지원이라는 것 자체가 현재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는 생산수단을 보유한 사람이 전체의 2~5%, 자영업자, 정문직, 관리직, 농민 등을 포함한 중간계층이 약 15~20%, 노동자 계층이 7~80%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노동자 계층은 60%대 초반으로 현격히 적다. 부족한 부분은 자영업자 층이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중간계층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영세 상인들의 비중이 높다. 자영업자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하위 노동자 계층과 비슷한 경제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기반에 한정한다고는 해도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자본을 통한 자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경제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과거 정부에서 실패했던 금융화 정책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참여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이래로 생긴 금융자본에 대한 과도한 맹신이 깔려있는 공약이라는 얘기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문재인 후보의 경제정책을 보면 금융자본을 활성화해서 투자를 하게 만들겠다는 얘긴데, 결국 여기서 핵심은 금융"이라면서 "대선후보들의 경제 정책 브레인들이 대부분 금융자본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홍 사무국장은 "금융화 논리는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활성화 됐는데, 맥킨지, 골드만삭스 등에서 연원된 전 세계 금융자본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홍성준 사무국장은 "정규직으로 일을 하다가 가게를 차리고, 망한 후 다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빚을 져서 자영업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엉터리 정책이 남발되는 게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홍 사무국장은 "서민들은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아도 일반적으로 5000만 원 내외"라면서 "금융 지원을 갖고 인공지능 등을 개발한다는 발상도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국가가 집중투자하고, R&D 비중을 늘려서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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