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사드 반대 당론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표의 당론 변경 의사 표명은 사드 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국민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후보와 맞물려 논란을 더하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11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사드 관련 안철수 후보와 당이 얘기하는 게 다르다"는 질문에 "안철수 후보가 국가 간에 이뤄진 협약은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계속 돼야 하기 때문에 사드 반대 당론 수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수정하겠냐는 질문에 "하겠다. 그래서 검토한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오른쪽)와 박지원 대표. (연합뉴스)

박지원 대표는 "우리는 처음부터 사드 배치의 최적지는 국회다, 우리나라의 영토와 예산이 들어가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찬성하는 사람도 애국자고 반대하는 사람도 애국자라고 했다"면서 "중국 경제 보복을 막아야 한다,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제 모든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현재는 사드를 가져다가 우리나라에 배치 중에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가 사드 반대 당론 수정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까지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해왔지만, 돌연 사드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에 대해 국회 비준과 함께 국민투표를 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최근에는 "지금 이 상황에선 중국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다음 정부에서 가장 최선"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동맹관계인 미국이 중요한 나라"라면서 "미국과는 동맹관계고, 동맹답게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배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강경해진 입장을 내비쳤다.

안철수 후보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의 공론화 과정이 없었고,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해 반대했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이후 한미 정부 당국의 협의가 있었고, 북핵문제는 계속 악화됐다. 정부 당국 간 협의라는 조건이 생겼기 때문에 입장이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자 한겨레 사설.

11일자 한겨레는 <안철수 후보, '사드 입장' 바꾼 이유 해명해야> 사설에서 "안철수 후보는 '국가간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들었는데 한미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국회 비준을 거쳐 국제법적 효력을 발생하는 '조약'과 달라 돌이킬 수 없는 '국가간 합의'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 '상황이 바뀌었다'는 근거로 지난해 10월 20일 한미 국방장관 공동발표를 들었다. 그런데 이는 두 나라 장관이 '공동발표' 형식으로 "(사드 배치) 합의를 재확인"라는 수준이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겨레는 "촛불 민심이 거세자 '사드 반대'를 외치다 이젠 보수 표를 의식해 태도를 바꾼 게 아니냐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후보는 공동발표 직후인 11월 13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계속 주장했다. 당시는 촛불 민심이 거세게 일던 시기였다.

한겨레는 "물론 그동안 한국과 미국 당국이 발사대를 비롯한 사드 장비를 기습 반입해서 배치를 강행하는 바람에 '이젠 돌이키기 힘든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커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가 분위기를 이유로, 또는 표를 의식해 중요한 외교안보 문제에서 뚜렷한 설명 없이 한순간에 입장을 바꾼다면 유권자가 어떻게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안철수 후보는 이제 와서 왜 사드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지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면서 "그게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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