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디데이가 30일 이하로 줄어들면서 보도매체들은 경쟁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내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워낙 중요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의 지지율이 그대로 대선결과로 이어졌다는 점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 사실이 모든 언론에 숙명적으로 혹은 필사적으로 여론조사에 매달리게 한 결정적 이유가 됐을 것이다.

10일에만 뉴스에 등장한 여론조사 결과가 무려 다섯 개나 됐다.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이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10일 JTBC <뉴스룸>은 여론조사를 묶어서 한 화면에 내보냈다. 주말을 지나면서 발표된 여론조사가 많기도 했지만 여기에는 약간의 복선이 숨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의혹이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가 인터뷰한 사람은 아이오와 대학 김재광 교수로 이 계통에 권위자로 통한다고 한다. 그가 제기한 여론조사의 문제점은 문외한의 귀로 듣기에도 심각해 보였다. 김교수가 지적한 문제는 샘플링기법이라는 점이다. 여론조사는 무작위로 대상을 고른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같은 회사의 조사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했고, 그 결과 역시 기존의 여론조사와 달랐다면 이에 합리적 의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김 교수에 의하면 이 조사를 진행한 회사의 3월과 4월 자료들 비교가 수상했다. 모두 대선 후보 지지율을 구하는 조사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샘플링의 문제가 있음을 가리키는 자료였다. 3월 조사에서는 유선 10만 명, 무선 12만 명의 대규모 접촉을 했던 것에 반해, 4월에는 유무선 각 3만 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서 2천명의 응답을 얻어낸 결과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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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것이 문제가 없다면 여론조사에 획기적인 방식이라 하겠지만 아직 그렇다고 할 뚜렷한 근거는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김 교수가 지적한 부적격 문제를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부적격이란 보통의 여론조사에서 30~40%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이 조사는 3월 조사에서는 50%가 넘더니 4월에는 10%도 안 되는 8%로 나왔다. 김교수는 이 결과를 보고 샘플링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무선 접촉건수가 3월에 비해 현격히 줄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무리한 주장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이 조사가 순수한 RDD(Random Digit Dialing)조사는 아니라며 “뭔가 왜곡작업(예를 들어서 회사 자체 DB를 사용한다든지)이 들어갔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된다고도 말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사실관계를 조사 중에 있어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큰 파장이 일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김 교수의 주장에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여론조사가 이날 발표된 것들 중에서 유일하게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4%이상 크게 뒤지는 결과를 보였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해당업체에서는 결번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활용했다는 반론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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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사례가 아니더라도 여론조사는 이미 지난 4.13 총선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전반적으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보고되었던 것이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와 정반대였고, 심지어 종로구의 경우는 무려 17% 이상으로 질 것이라던 정세균 후보가 거꾸로 당선된 것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여론조사의 붕괴는 지난 총선의 결과만큼이나 충격을 전해주었고 그로 인한 반성도 뒤따랐다. 그리고 다시 대선 국면에 들어서서 다시 여론조사가 홍수를 이루지만 과연 그때의 반성이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는 언론과 조사업체에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의 춤추는 여론조사 결과는 졸속인가 아니면 왜곡인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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