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8회 어렵게 역전했지만 마무리 투수로 나선 임창용이 다시 무너졌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마무리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항상 불안했던 기아의 불펜 자리는 다시 한 번 위기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팻딘의 호투 망친 임창용, 과연 마무리 할 수 있나?

팻딘은 두 경기 연속 호투를 하고도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이었던 삼성과의 경기에 이어 홈에서 치른 한화와 경기에서도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불펜이 불을 지르며 승리는 날아가고 말았다. 마무리 임창용의 2실점 투구는 그렇게 기아에 큰 문제로 다가왔다.

이번 경기도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하던 송은범이 전 경기에 이어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송은범의 투구는 지난 첫 경기에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저 우연이 아닌 실력이라는 믿음으로 다가오게 했다.

KIA 타이거즈 선발 투수 팻 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경기 선취점은 한화의 몫이었다. 2회 팻딘을 상대로 선두타자인 김태균이 중전 안타를 치며 이닝을 시작했다. 이후 2사까지 잘 잡아내기는 했지만 최진행의 안타에 정근우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한화가 1-0으로 앞서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한화의 우위는 그리 오래갈 수 없었다.

기아는 2회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최형우와 나지완이 연속해서 볼넷으로 나가며 대량 득점을 기대하게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안치홍이 적시타를 치며 단숨에 2-1로 앞서 나간 기아는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안치홍은 멋진 수비와 함께 결정적인 타격감까지 보이며 기아의 타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팻딘의 이번 경기는 첫 경기에 비해 볼이 좀 많았다. 제구가 살짝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5와 2/3이닝 동안 104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2탈삼진, 1사사구, 1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물론 이번 경기 투구수에서 볼 수 있듯 아쉬움이 많았다.

7이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투구수에 비해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시 불펜이었다. 박지훈이 올라왔지만 볼넷만 내주고 물러나고 심동섭이 급한 불은 껐지만 실점을 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장민석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김태균에게 동점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으니 말이다.

송은범은 6이닝 동안 81개의 공으로 2피안타, 2탈삼진, 4사사구, 2실점으로 호투를 보였다. 두 경기 연속 호투로 과거 SK 시절 가장 화려했던 시점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올 시즌 부상 없이 이런 투구만 해줄 수 있다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이글스 선발 투수 송은범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점 상황에서 기아는 8회 역전을 이끌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안치홍이 안타를 치고 나간 후 김주형이 볼넷을 얻었고, 김민식의 정확한 희생번트로 1사 2, 3루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한화는 부지런히 투수들을 바꾸며 대응해 갔지만 위기를 쉽게 넘기지 못했다.

버나디나에게마저 볼넷을 내준 후 김선빈이 의도적으로 골프 스윙을 하며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재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투아웃이기는 하지만 김주찬이 타석에 나섰다는 점에서 대량 득점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주찬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평범한 3루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으니 말이다.

문제는 9회였다. 1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기아의 선택은 단순했다. 팀 마무리인 임창용을 올려 경기를 이대로 끝내려 했다. 한승혁이 올라와 동점을 내준 상황에서 임창용은 마지막 보루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임창용은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1사 상황에서 하주석에게 안타를 내주고, 장민석에게 절묘한 내야 안타까지 내주며 불안을 스스로 키웠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태균에게 역전 적시 2루타를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마무리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절실하다. 하지만 임창용의 시즌 초반 경기에서는 그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안타를 양산하고 있고, 이는 결국 마무리 불안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기아로서는 불펜 방화로 인해 승리를 잃는 황당한 상황의 연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믿었던 마무리가 무너진 후 9회 말 핵심 타자들이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기 싸움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KIA 타이거즈 투수 임창용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승혁과 임창용은 기아가 믿고 있는 핵심 필승조다. 시범경기에서 한승혁은 압도적인 스피드로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빠른 공만이 아니라 제구력을 찾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한승혁은 스피드는 좋지만 제구가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을 보이며 실점이 많아지고 있다.

임창용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이 아니다. WBC에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임창용은 시즌에서도 그리 압도적인 느낌이 없다. 공 자체가 나쁜 것 같지 않지만 가운데로 몰리는 공들이 많다는 점에서 상대 타자에게 큰 위압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으니 말이다.

기아는 분명 올 시즌 우승 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선의 힘과 내외야를 채우는 강력한 존재감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선발 3명은 그 어느 팀에서도 부러워할 만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 고민하고 있던 불펜은 여전히 아무런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기아의 올 시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4:4 트레이드가 야수가 아닌 불펜이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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