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유아인의 화면 장악력, 칭찬해! <시카고 타자기> (4월 7일 방송)

tvN 금토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머리가 긴 과거 장면에서는 굉장히 섹시한 문인 이미지가, 머리를 짧게 자른 현재 장면에서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냉정한 작가 이미지가 묻어나왔다. 밖에서는 웃으며 적당히 팬서비스를 해주지만, 집에서는 “정원이 너무 을씨년스럽네요. 사슴이나 한 마리 키울까요?”라는 한 마디에 정말 마당에 사슴 몇 마리가 살게 될 정도로 그의 말이 곧 법이다. 시종일관 시크하고 침착한 태도를 보이더니, 고작 개 앞에서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면서 겁먹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돌변한다.

tvN <시카고 타자기>의 시작과 끝은 모두 한세주 작가 역의 유아인이었다. 1시간 남짓한 첫 회 분량에서 유아인은 굉장히 다양한 표정과 비주얼을 선보였다. 한때 올림픽 유망주였지만 “현재는 머리 좋은 빠순이”인 전설(임수정)이 다소 붕 뜬 오두방정 연기를 선보이는 사이, 한세주는 대사 한 마디 없이 화면을 장악했다. 전설의 말처럼, 첫 회 만에 “얼굴로 나라를 구한 기세”로 말이다.

tvN 금토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아무 말 없이 키보드만 치고 있어도 집중하게 만드는 힘, 그것은 오롯이 배우 유아인에게서 나오는 힘이었다. 머리가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의자에 손을 걸치면 걸친 대로. 어떤 명대사보다 더 강한 유아인의 화면 장악력이었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한세주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유아인의 연기력과 존재감이 중요했는데, 유아인은 그것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가 정말 1930년대 경성시절 전설과 인연이 있었던 건지, “주인 행세”를 하던 개는 한세주와 어떤 관계인지, 백태민(곽시양) 집안과는 과거 어떤 사연으로 얽혔던 건지. “네 소설이 나를 망쳤다”면서 갑자기 총을 들고 한세주의 집에 침입한 남자 스토커의 정체는 무엇인지. <시카고 타자기>는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한 보따리 늘어놓은 채, 첫 회의 막을 내렸다.

이 주의 Worst: 같이 수갑 찬다고 콤비 되나? <공조7> (4월 2일 방송)

tvN <공조7> 방송 출연이 결정된 후 영화 <공조>를 본 이경규는 수갑을 찬 채 차에 타는 장면을 보면서 “저런 건 안 하겠지”라고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현실은 <공조7> 책임 프로듀서인 김유곤 PD와 수갑을 찬 채 부대찌개를 먹는 것이었다. 너무나 올드해서, 그래서 예능 대부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아이템, 수갑.

tvN 예능프로그램 <공조7>

<공조7>은 김구라-서장훈, 이경규-김유곤, 박명수-이기광, 은지원-권혁수 등 네 팀의 콤비를 증명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우리에게 이미 특정 캐릭터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예능인을 가지고 얼마나 새로운 예능을 만들 수 있을까. <공조7> 라인업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네 팀에게 일제히 수갑을 채워 모든 행동을 함께하도록 만들고, 일제히 ‘공’과 ‘조’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히고, 또 모두가 밥을 먹으러 가는 똑같은 미션을 부여했다. 출연자와 음식 메뉴, 밥 먹는 장소만 다를 뿐, 네 팀의 스토리는 동일했다. 심지어 밥 먹는 장면을 지나치게 길게 보여주니, 이게 콤비 예능이 아니라 먹방인가 싶을 정도였다.

밥 먹기 미션 후에는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어줄 공조물품”이라는 명분으로 손톱깎이를 내밀었다. 서로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주는 것이 최종테스트 미션이었다. 수갑차고 밥 먹기, 서로 손톱과 발톱 깎아주기 등 1차원적인 미션의 연속이었다. 함께 밥을 먹고 손톱을 깎아주고 발을 씻겨주는 건 커플 예능에나 어울리는 것이지, 남성 예능인끼리 이런 미션을 수행하니 짜증과 쑥스러움만 우러나올 뿐 ‘케미’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tvN 예능프로그램 <공조7>

콤비라는 이유로 수갑을 채워 뭐든지 함께 행동하게 하는 건 굉장히 올드한 예능 진행 방식이다. 몸을 묶는다고 해서 마음까지 콤비가 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출연자 분량의 대부분은 수갑에 대한 불편함 호소였다. 꼭 손을 묶어서 뭐든지 함께하는 것으로 콤비를 증명해야만 했는지, 두 사람의 호흡을 증명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는지 의문이다.

정작 증명한 건, 두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가 아니라 수갑을 함께 차면 옷을 갈아입기 힘들고 뭘 먹기 힘들다는 것 정도였다. 이미 너무나 익숙한 예능인에 너무나 올드한 패턴을 조합하니, 이도 저도 아닌 예능으로 전락했다. 더 무서운 건, 예고편 영상에서도 또 수갑 차고 미션을 수행한다는 사실이다. 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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