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의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여권 추천 유의선 이사가 6일 MBC가 자사의 성명을 보도로 실어가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MBC 심하게 무너졌다’ 발언을 반박한 것은 문제없다고 평가했다. 유 의사는 학계의 일반적인 논지라고 주장했지만, 언론학자들은 MBC의 ‘보도반론’은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오후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MBC TV토론회에 출연, MBC 정상화와 해직언론인 복직 등을 발언한 것이 화두에 올랐다. 여권 추천 이사들이 문 후보의 발언이 방송의 공정성·독립성을 침해했다며 방문진 차원에 공식적인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입장 표명은 야권 이사들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방송문화진흥회 유의선 이사(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야권 추천 이사들은 이날 문 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아니라 MBC가 문 후보를 자사의 성명까지 보도하며 ‘보복성 뉴스’를 일삼은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전파를 사용해 공영방송이 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도를 냈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전파를 사유화’했다는 주장이었다.

제26대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유의선 이사는 이에 대해 “문 후보가 정치인으로서 이런 저런 얘기는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언론사기 때문에 이런 (지적에 대해) 가만히 있어야 하냐”면서 “해명의 차원에서 (반론을) 얘기하는 것은 자사 이기주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한 “언론윤리학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라며 “어느 방송이든 방송의 정체성이 있는 건데, 외부의 권력에 의해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침해를 받았다는 소지가 있을 때 자기 방어적 방송은 자사 이기주의로 보지 않는다. 이것이 학계의 일반적 논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언론학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7일 통화에서 “MBC가 문 후보의 발언에 공식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자사의 뉴스 아이템으로 여러 꼭지 묶어 다룬다든지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마음대로 활용하는 것이고, 공영방송이 보여야 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MBC<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최 교수는 ‘방송을 통해 반론하는 것은 자사 이기주의가 아니다’라는 유 이사의 주장에 “언론윤리는 언론이 보도에서 윤리를 지켰느냐의 문제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였냐는 것”이라며 “다투는 양 측의 입장을 다룰 수 있지만 MBC가 자사이익을 위해 성명까지 보도하는 것은 언론윤리에 오히려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방송은, 특히 공영방송은 공익에 충실해야 한다. 만약 방송이 사익을 추구하는 단체라면 (문 후보의 발언에 보도로 반박)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은 공익적 책무가 있고, MBC는 공영방송”이라며 “문 후보가 MBC에 와서 회사를 비판했다면 비판적 시각을 받아들이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 이사는 MBC의 ‘태블릿PC흔들기’ 보도 등을 지적한 문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 “촛불·태극기 시위에 참여하는 양쪽 분들 다 대한민국 국민이다. MBC가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을 들었다면 지탄을 받아야겠지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 한쪽에서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의혹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그것마저 막는다면 다양성이 없는 것이고, 전체주의 사회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60년 살면서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저는 많은 분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개인 이득을 추구하는 게 없다. (방문진 이사직)끝나고 정치적으로 어느 조직도 갈 생각이 없다”며 “내가 할 일은 학계로 가서 논문 쓰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친박도 아니고 (방문진에서) 소신에 맞게 일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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