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역대 최고 복지 예산’을 편성했단다. 내년 복지예산을 두고 정부가 내놓은 자화자찬이다. 수치만 보면 그렇다. 내년 복지지출 81조원은 정부총지출 292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면 과거에는 어떠했을까?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기 정부총지출 평균 10% 안팎이었고, 2000년 이후 2007년까지 우리나라 복지지출 평균증가율은 14.3%였다. 복지지출 증가율이 정부재정 증가율보다 높으니 당연히 복지지출 비중은 역대 최고를 갱신해 왔다.

▲ 정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긴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공청회에서 4대강 사업과 감세정책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남소연 오마이뉴스

앞으로는 어떤가? 복지 비중은 올해 26.2%, 내년 27.8%를 거쳐 2013년 28.8%까지 계속 올라갈 예정이다. 이명박정부 내내 ‘역대 최고’ 보도자료가 발표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복지지출이 다른 분야와 달리 제도적 ‘자연증가분’을 가지고 있어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회복지가 형성기에 있는 나라에서는 복지제도가 성숙됨에 따라 복지지출은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연금 가입자가 수급자로 전환되어 국민연금 지출 규모가 늘어나고, 인구고령화가 진행되어 기초노령연금 소요액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내년에도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보육료 등 제도적 증가분이 3조원을 넘는다.

현재 이 자연증가분이 복지 지출의 대략 4%를 차지한다. 이 증가율은 이명박정부가 향후 5년간 설정한 정부총지출 증가율 4.2%와 비슷한 수준이다. 복지지출은 자연증가분만으로도 정부총지출 증가율을 따라잡는다. 이제 정부가 예산편성 재량범위 안에 있는 다른 복지 항목에서 물가상승분만큼만 지출을 늘려도 복지 증가율은 정부총지출 증가율보다 높아 그 비중은 역대 최고가 된다. 우리나라는 반(反)복지정권이라도 ‘역대 최고’를 기록할 수 있는 곳이다.

역대 최고 수치 놀음에서 벗어나 복지지출 현실을 봐야 한다. 올해 추경예산을 포함한 최종 복지규모는 80.4조원이다. 내년 복지예산 81조원은 올해에 비해 단지 6천억원 증가할 뿐이다. 여기에는 제도적 자연증가분 약 3조원과 나중에 회수하는 돈이어서 복지지출로 보기 어려운 보금자리 주택융자 증가분 2.6조원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자연증가분 3조원과 융자성 非복지사업 2.6조원 등 5.6조원을 감안하면, 내년 복지예산은 총액으로 6천억원 늘었어도 다른 복지사업에서 5조원이 삭감되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실제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결식아동 등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예산이 불똥을 맞아 삭감되었다.

과연 우리나라 복지지출이 정상적인 수준인가? 올해 한국의 공공복지지출 규모는 OECD 기준으로 GDP 9% 수준으로 추정된다. OECD 평균은 20%로 우리나라보다 11%포인트 높다. 금액으로 따지면 우리가 지금보다 복지지출을 110조원 이상 늘려야 OECD 회원국 값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역대 최고’ 운운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복지재정에서 실제 알아야 할 진실은 이렇다. GDP 대비 우리나라 복지비중은 1990년 2%대에서 꾸준히 상승해 2000년에 5%에 육박하였고 올해 9%에 이르렀다. OECD 평균 20%를 향해 더디지만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들어 ‘역대 처음’으로 GDP 대비 복지 비중이 거꾸로 낮아지는 일이 벌어진다.

이명박정부가 앞으로 5년간 잡은 명목경제성장율은 평균 7.3%이다. 복지지출 증가율은 6.8%로 그 아래로 놓았다. 정부총지출 평균증가율은 더 낮은 4.2%이다. 이명박정부에서 복지지출은 정부총지출 대비 ‘역대 최고’를 갱신하겠지만, GDP 대비 비중은 오히려 계속 감소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갈길 먼 우리나라 복지지출, 더딘 걸음이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증가해 왔는데, 명박산성을 만나 뒷걸음쳐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역대 최고 복지예산?’ 정말 후안무치한 정권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