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옥와 완승. 한국이름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어색한 이름의 두 주인공. 그것은 누가 봐도 설록과 왓슨을 연상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사실에 살짝 실소를 하게 만드는 유치함은 옥에 티가 되거나 친근해질 수 있는 허점이 될 것이다. 물론 처음 시작하는, 게다가 반응도 좋은 드라마에 대해서 험담 비슷한 말을 한다는 것은 후자라는 의미다.

물론 설정까지 같지는 않다. 일단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주인공 이름을 짓는 수준으로 봐서 이 드라마 제목이 더 유치해지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어쨌든 명탐정 셜록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엄청난 관찰력과 직관을 갖춘 설옥과, 운명적으로 그녀와 함께할 돌아이 형사 완승의 이야기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주인공들의 이름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스릴러라는 장르의 근본을 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급까지는 아니어도 그만큼의 파격을 느끼게 하는 아줌마 탐정의 활약은 기존 스릴러의 문법을 벗어나 코믹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먹히고 있다.

<추리의 여왕> 첫 회를 보고, 최강희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평가 혹은 감상은 거의 같았을 것이다. 뭔가 특별하고 사차원적인 것을 원한다면 그래도 역시나 최강희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권상우는 <말죽거리 잔혹사>로부터 시작된 그의 변함없는 캐릭터인 것 같지만 뭔가 조금 더 있다.

권상우의 작품 중에 흥행이 안 됐지만 왠지 기억에 깊이 남는 <통증>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거기서 권상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의 연기를 했다. 권상우는 이번 드라마에서 그 <통증>에서의 캐릭터 남순을 살짝 채용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어쩌면 <통증>의 남순의 캐릭터에 대한 권상우가 느끼는 아쉬움 때문인가 싶은지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일이었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보통 배우들은 전작의 캐릭터를 버리고, 벗어나야 한다지만 사실은 잘 그러지 못한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번 드라마에서 권상우가 보이는 전작의 흔적들은 제작진의 의도인지 권상우 본인의 의지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 됐든 호기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그보다는 설옥의 활약에 주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추성훈의 딸이자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결정적 히로인 사랑이의 헤어스타일과 평범 이하의 패션센스를 가진 설옥은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모시고 사는 아줌마다. 공개된 최강희 1인 포스터는 전설의 스파이 마타하리를 연상시키고 있지만 포스터는 그저 포스터일 따름이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전반적으로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출 속에서 최강희는 그런 일상의 조건들이 강제하지 못할 사건 해결의 강렬한 욕구를 표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저런 대사를 저렇게 소화해낼 수 있다니’라는 감탄을 갖게 한다는 것이고, ‘역시 최강희다’라는 인정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런 최강희의 여전히 놀라운 연기에 <추리의 여왕> 첫 회는 흔히 대박을 예감하게 했고, 후일 일본에서 리메이크할 것이라는 성급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예감을 갖게도 했다.

거의 최강희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추리의 여왕> 첫 회는 최강희라는 배우에 대해서 어쩌면 잊고 있었을 새삼스러운 놀라움을 기억해내게 했다. 이번 드라마가 경력작가 공모전 대상작이라지만 사실 흔한 명대사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전반적으로 매끈한 전개라고 칭찬하기도 힘들었지만 최강희는 그 모든 것을 드라마로 바꿔버리는 완력을 발휘했다. 시쳇말로 ‘그 어려운 걸 또 해낸’ 최강희였다. KBS로서는 전작인 <김과장>에 이어 연속 히트를 예감해도 좋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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