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10여명이 MBC를 항의 방문했다. 22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범죄 피의자인 에리카김씨 인터뷰를 내보낸 것은 공정성에 위반되고 최근 BBK 주가조작 의혹 관련 MBC 보도에도 문제가 많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데 정치외압이 웬말이냐”며 피켓시위로 항의했다.

▲ 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당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정은경

한나라당,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리카김 인터뷰·BBK 보도 등 문제 삼아

한나라당 심재철, 정병국, 장윤석, 이재웅, 김학원 의원 등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접견실에서 MBC 신종인 보도본부장과 김성수 보도국장, 선동규 정치국제에디터, 라디오본부 홍동식 부국장을 만났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22일 에리카김씨를 인터뷰한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최근 BBK 주가조작 관련 MBC 보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나라당의 항의방문이 이어지는 동안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박성제)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정은경
MBC 김성수 보도국장은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BBK 관련 보도량이 너무 많고 불공정한 것 같다고 하는데 느낌이 아니라 팩트로 말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에서 MBC 보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MBC는 편파적으로 방송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에리카김, 범죄피의자라 해도 인터뷰는 가능…한나라당에도 기회 줬다”

라디오본부 홍동식 부국장은 “왜 범죄 피의자를 인터뷰 했는지, 방송하기 전에 왜 한나라당과 상의를 하지 않았는지, 방송강령은 읽어봤는지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더라”며 “에리카김은 미국 법상 피의자일 뿐이고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범죄자로 볼 수 없다. 방송강령에도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유의하라고 돼있을 뿐 인터뷰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과 상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에리카김 인터뷰 전에 나경원 대변인과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선집중>은 23일 방송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인터뷰를 에리카김과 비슷한 30여분 동안 내보냈다.

홍 부국장은 “법리적으로, 방송윤리적으로 잘못한 게 있다면 당연히 사과하고 재발방지 노력을 해야겠지만 우리는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방송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BC 라디오본부는 한나라당의 요청에 따라 오늘 중으로 답변서를 보낼 계획이다.

▲ 한나라당 의원과 당 관계자들이 면담을 마친 뒤 타고온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정은경
한편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한 제작진은 “한나라당이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으로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우리가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MBC만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며 “그 주장에 따르면 한국의 모든 방송이 편파방송”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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