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달 29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회동을 가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여기에 5일 김 전 대표가 대선출마 선언한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반문연대 구성의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도 결국 반문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운찬 전 총리(왼쪽)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연합뉴스)

3일 김종인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5일 오전 11시 대선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마 선언에 앞서 4일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한 김 전 대표는 "출사표를 내기 전 추기경님께 인사를 드리러 왔다"면서 "누군가는 옳은 신념을 가지고 국민을 위해 몸 바쳐 일해야겠다는 확신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민주당을 탈당한 후 3지대에 위치한 정계 인사들을 번갈아 가며 접촉했다. 김 전 대표가 접촉한 인물들은 손학규 전 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문병호 국민의당 최고위원,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정운찬 전 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이다.

김종인 전 대표의 광폭행보에 3지대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언론도 큰 관심을 보이며 김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하지만 김종인 전 대표의 3지대 통합 논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각 당의 정치적 방향성과 이해관계 등이 얽혀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당별 대통령 후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3지대 논의는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김 전 대표도 "각 당의 경선이 끝나고 후보자들이 결정되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려고 한다"며 3지대 논의를 중단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반문연대 논의는 김종인 전 대표의 대선출마설이 제기되면서 다시 촉발됐다. 지난 28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전 대표의 측근은 "(김 전 대표가) '다들 자기 처지를 모르고 있다. 내가 선수로 나가서 좀 정리를 해줘야지'라고 최근 말했다"면서 "꼭 자기가 당선되겠다고 나간다기보다 전략적으로 우리의 세가 어느정도 되는지 보여줘야 상대도 움직이니까 선수로 나서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을 노린다기보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던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을 구축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MBN 보도에 따르면 김종인 전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홍석현 전 회장 등은 정파를 초월한 '통합후보'를 만들어 '통합정부'를 구성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정부 구성을 위한 실무단계 논의를 거친 준비위원회 구성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을 탈당한 최명길 의원이 대변인, 김헌태 상상정치센터장이 기획단장을 맡는 계획이다.

4일 정운찬 전 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산시키고 공동정부 또는 통합정부를 만들어 과도기의 나라를 공동운영했으면 좋겠다는 계획"이라면서 "김종인 전 대표, 홍석현 전 회장과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론적으로는 3명 중에 한 사람을 대선후보로 뽑거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포함해 4명이 합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정운찬 전 총리는 "(김종인 전 대표, 홍석현 전 회장과) 공통된 의견은 아니지만 저로서는 국민의당이 그 다음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공동정부 형태에 대해서는 "대표로 대선에 나가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표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나머지 사람들과 국가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종인 전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등이 구상하는 대선후보 단일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첫 번째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선 자강론'을 주장하며 보수후보 단일화 후 3자대결을 대선전략으로 삼고 있다. 유 후보는 지난달 28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지난 1일부터 2박3일 간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해 '보수 적자' 자리를 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와 경쟁하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가 두 번째 단일화 대상으로 지목한 국민의당이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도 낮다. 사실상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안철수 전 대표는 '자강론'을 강조하며 어떠한 정치세력과의 연대·통합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3, 4일 안 전 대표가 문재인 후보와의 두 차례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강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권력의 이합집산이라는 국민적 비판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굳이 단일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이들의 연대 논의는 '그들만의 리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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