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MBC <PD수첩>이 1일자 방송분 '4대강과 민생예산'에서 부자감세로 인해 복지예산이 줄어들어 고통받는 서민들, 그리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의 예산낭비 요소에 대해 조목조목 짚고 나섰다.

<PD수첩>은 정부의 4대강 홍보동영상에 나왔던 경남 삼덕 저수지와 경남 남해군 평산리 유구마을이 4대강 사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지역임을 폭로했다.

▲ 12월 1일 방영된 MBC < PD수첩> '4대강과 민생예산'편.
정부는 해당 동영상에서 가뭄으로 메마른 두 지역을 보여주고 "4대강 사업은 우리의 강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자신들의 마을이 홍보 동영상에 등장한 것에 대해 의아해한다. 남해군 유구마을의 주민은 "여기는 섬이라 4대강사업과 관계없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고, 삼덕저수지가 위치한 마을의 이장은 도리어 "(정부는) 4대강에만 투자하지 말고 이런 곳에도 (저수지) 준설사업 좀 해달라 이거야"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홍수와 가뭄 같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4대강 사업의 홍보 동영상에 왜 이 마을들이 등장한 것일까.

이에 대해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4대강 사업하는 구간에서는 물이 부족한 지역을 찾을 수가 없거든요. 아마 그래서 산간 농촌지역, 도서 해안 지역에 실제로 물이 부족한 지역을 예로 든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쪽 물이 부족한 지역에 물을 개발해줘야지 실제로 물이 풍부한 4대강 지역에서 물을 확보한다는 것은 예산낭비의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 교수의 말처럼 4대강 사업 지역 내에서 96곳의 둑을 높이는 데 총 2조3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이 중 73곳이 지난 삼십년간 단 한차례도 가뭄이나 홍수 피해가 없었다.

사업지역 중 한 곳인 금사저수지가 위치한 경기도 여주군의 한 주민은 "갈수기만 놓고 봤을 때는 둑을 높여서 수량이 많아지면 도움되지만, 워낙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공사다 보니까 꼭 그 방법밖에 없나 하는 의문도 들고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PD수첩>은 2009년 7월 폭우피해 자료를 근거로 4대강 본류의 0.5%에서만 폭우피해가 발생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굳이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강을 파겠다니, 무엇을 위한 4대강 사업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PD수첩>은 부자감세의 영향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지방재원이 30조 이상 줄어들었음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당하게 되는 서민들의 목소리도 자세히 전달했다.

사실 이날 <PD수첩> 방송 내용 중 홍보동영상 관련 부분을 제외하면 딱히 새로운 것은 없다. 한겨레, 경향과 같은 오프라인 진보매체와 온라인 진보매체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왔던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비판이 '방송'에서 나오기는 무척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다.

방송 이후 <PD수첩>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이날 방송과 관련해 300여개의 글이 올라오는 등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 MBC < PD수첩> 홈페이지의 시청자게시판.
몇몇 시청자들은 "절대 방송될 수 없을 것 같던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미 다 알고 있던 내용들이다"(이윤주) "당연한 일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마음이 아픕니다. 속시원한 방송과 용기...항상 피디수첩을 응원하겠습니다"(권희정) "나라를 말아먹는데 피디수첩 말고는 모두 벙어리인가"(윤수연) 라고 말하기도 했다.

"왠지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다"(조민수) "외부 압력이 심할 텐데 굴하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피땀흘리는 PD,기자들..정말 고맙습니다"(전형진) 등 오히려 시청자들이 <PD수첩>을 '걱정'하기까지 한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 그리고 터무니없는 부자감세로 서민들이 고통받는 현실에 대해 '사회의 공기'라는 방송이 이 정도의 비판을 하기도 힘든 현주소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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