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은 됐지만 자유한국당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시끄럽던 <무한도전> ‘국민의원’ 편은 시청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겨두었다. 지난 12월부터 받기 시작한 의견이 약 만 건 정도. 그중에서 200명을 추려 스튜디오에 초대해서 그들에게 국민의원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굳이 드러내지 않았지만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분명 담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앞에 현직 국회의원 다섯 명이 나왔다. 여담 삼아 짚어보자면, 유재석은 애초부터 그들 국회의원들을 소개할 때 각 정당을 대표한다는 투의 어떤 말도 없었다. 물론 자막에 소속정당을 밝히기는 했지만 딱히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문제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소속정당보다는 국회 상임위별로 한 명씩을 섭외한 것인데, 해당 상임위의 전문성과 소속정당의 중복을 피하려 애쓴 결과가 하필 자유한국당의 내부 문제로 인해서 해프닝이 발생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어쨌든 국민의원과 국회의원이 <무한도전>에서 만난 이유는 국회에 국민들이 느끼는 절실한 문제들을 입법 아이디어라는 형식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제안은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률이 50% 이하일 경우 다음 선거에 출마를 하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이었다.

실제 입법이 될 가능성은 매우 적은 제안이었지만 국회의원들을 뜨끔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무한도전>이 국민의원을 제작하게 된 것부터가 태만한 국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봐야 하니 어쩌면 이번 <무한도전>의 주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이어진 국민의원들의 입법제안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국회의원 다섯 명이 국회 상임위별로 나왔듯이 국민의원들의 입법제안도 그 주제에 맞춰서 정돈을 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 다뤄진 것은 첫 번째로 노동환경분야였다.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그러나 노동에 관련된 제안은 차고 넘쳤지만 정작 환경에 대한 것은 없었다. 한국인이 환경에 관심이 적은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이 나라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날 <무한도전>에서 소개된 것조차 빙산의 일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소개된 국민의원들의 입법제안들은 칼퇴근법, 직장 내 멘탈털기 금지법, 알바보호법, 청소노동자 쉽터 설치법, 지원자 탈락 이유 공개법, 왜곡된 임금피크제의 문제 등 현실 속에서 누구나 느낄 만한, 그리고 어떤 것은 반드시 입법화가 이뤄져야 할 것들도 많았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제안되지 않았지만 이들 국민의원들의 아이디어 속에 숨겨진 비밀도 있었다.

이들 제안자들이 거의 대부분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겪어야 하는 많은 부조리는 모든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각박하고 혹독하겠지만, 여성들은 특히나 성차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문제의 상당부분이 여성문제라는 점을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과 공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아무튼 <무한도전>이 국민들로부터 직접 듣는 입법 제안은 다음 주로 이어져 나머지 문화교육, 법제사법, 여성가족, 국토교통 등의 분야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많은 불만과 불편사항이 쏟아질 것이다. 또한 이번 국민의회를 통해서 직접 입법발의도 할 것이라는데 과연 어떤 것이 국민의원과 국회의원 모두의 공감 속에 입법화될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바야흐로 지난해 가을부터 우리는 정치의 계절을 맞고 있고, 그중 최고라는 대통령 선거도 눈앞에 두고 있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큰 홍역을 치른 우리들에게는 그저 격언으로 끝나지 않을 잔혹한 예언이었다. 우리가 이번 <무한도전>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