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식 연기군수 : “여기 계신 분들은 분노하고 세종시 원안 수정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복합도시는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법이 만들어진 것으로 벌써 5년 동안 추진돼온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10여 차례 약속한 사안인데 하루아침에 약속을 파기하면 어느 국민이 정부와 대통령을 믿겠냐?”

이명박 대통령 : “거기 같이 계신 분들 대부분이 이번 세종시를 만들기 위해 적게 보상을 받고 나온 사람들이라고 본다. (그 분들의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도대체 세종시에 뭐가 오는 건지 혼란스러워서 냉철하게 계산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화가 날 것 같다. (그래서) 다 집어치우고 ‘원안대로 해라’라고 하는 것이고 군수도 그런 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군수는 나라를 걱정해야할 공직자의 의무도 가지고 있다”

“내가 정치적으로 편하자고 국가가 불편한 것을 그대로 둘 수 있겠는가”, “저 하나 욕을 먹고 손해를 보더라도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점에서 불리하다, 그러면서도 반대하는 것은 매우 순수한 것이 아니겠느냐”

▲ 지난 27일 전국 35개 방송사에서 생중계된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모습ⓒ청와대 홈페이지
27일 밤 10시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 수정에 반대했던 충청도민을 모두 보상을 적게 받고 나온 사람으로 규정해버렸고, 감정적으로 화가 난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질문한 유한식 연기군수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휩쓸리지 말고 나라를 걱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은 그저 ‘질문’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때에는 임기 중 편안하게 지나가도 되겠다고 생각해 ‘원안대로 해야죠’라고 이야기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후회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어떻게 대통령에 당선됐느냐. 이것을 바로 잡으려고 된 것이 아니겠는가 싶어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세종시 원안 수정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 안에 새로울 것은 없었다. '원안은 자족도시가 될 수 없다'는 것의 연장이었고 '욕먹을 거 알면서 원안을 수정하겠다'고 하는 것이면 순수한 것 아니겠냐는 식이었다.

이렇게 100분으로 예정됐던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가 장장 2시간이 넘도록 진행되면서 애초의 걱정·우려대로 대부분의 시간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할애됐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뿐 아니라 ‘4대강 사업’, ‘민생현안’, ‘미디어법’ 모든 부분에서 “반대하기는 쉽다”면서 "모든 사안에 대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어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없었던 것은 ‘대화’ 그 자체였고, 그저 국민들은 ‘질문’만 하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고, 패널 역시도 그저 앉아서 대통령의 말을 듣고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정부정책 몰라서 반대하는 것고, 알면서도 반대하는 것”

1, 2차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한 치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세종시’, ‘미디어법’에 대해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역시 ‘잘 몰라서’였다.

▲ ⓒ청와대 홈페이지
이 ‘몰라서’라는 논리는 4대강사업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알면서 반대한다'가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대하시는 분들은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목표는 2급수로 만드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강 복권 기술은 세계최고다. 반대하시는 분들도 상당한 수가 다 알면서 반대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4대강 반대 논리로) 수질이 오염된다고 하는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면 대한민국 수준을 어떻게 보겠냐?”고 따졌다. 구상하는 물고기모양 로봇이 수질오염 상태를 중앙에 알려줄 수 있는 것이란 영상도 준비됐다.

일방적으로 흐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4대강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고, 가동보를 설치할 시에 수질이 오염될 수 있다는 수많은 논문과 데이터들은 한 순간에 사라졌다. 22조원이 드는 4대강사업에 대한 예산안이 국회에 4page로 보고됐다는 말도 사라졌다. 그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다 알면서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을 폄훼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토목공사가 나쁜 거냐. 토목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냐?”라는 유치한 항변까지 나왔다.

토론회 말미에 미디어법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소견도 일방적으로 처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디어법을 ‘방송장악이다’라는 정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가 방송통신융합으로 가기 때문에 그 곳에 맞는 산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KISDI에서도 데이터 실수를 인정한 사안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장 3만 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반대하는 것은 ‘편견’으로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도, 더 늦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안에는 산업의 논리만 있을 뿐 신방겸영의 폐해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국회 재논의라는 쟁점은 그대로 피해갔다. 만약 패널이나 방청객에게 이와 관련된 소견과 질의가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지난 <100분토론>에서 “국회에서 재논의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망신을 당했듯이 이번에도 곤혹스런 질문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대화>에 재질의, 반박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EBS를 완전히 탈바꿈시켜 일류 학원을 가는 것과 똑같은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발언해 ‘평생교육’이라는 EBS 교육철학도 한 마디로 무시됐다.

국민들 대변한 질문이 “요리 가끔 하시냐?”, “내복은 왜 입나?”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계층별, 연령별, 성별 등을 고려해 다양한 100여명의 방청객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타운홀 미팅 방식의 토론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방청객 중 6명에게만 질의(발언도 아니었다)할 기회가 주어고 또 그 중 3번의 질의가 연예인 방청객에게 돌아갔다.

▲ ⓒ청와대 홈페이지
이 자리에서 트로트 가수 박현빈 씨는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씨가 음식을 잘하는지, 이명박 대통령도 가끔 요리를 하는지를 물었다. 이 질의에 이명박 대통령은 “(나는) 라면 하나는 참 맛있게 잘 끓인다. 이 방송을 집 사람이 보고 있을 텐데 못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느냐. 닭강정 하나는 정말 잘 한다”고 답했다. 스튜디오가 화기애애해졌다.

그리고 탤런트 선우용녀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복을 입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추워서 입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다리를 올려 내복 입은 걸 보여주고 있다”며 ‘에너지절약’, ‘저탄소배출’, ‘녹색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잘 맞춰진 한 장의 그림이었다.

원래 예정됐던 방청객 질의는 10명이었다. 시간에 쫓겨 6명에게 돌아간 질의기회지만 그 기회 절반이 연예인에게 돌아갔다. 과연 국민들을 대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화’란 없었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 ‘대화’를 강조했다. <대통령의 대화>를 두고 누가 ‘대화’였고 ‘소통’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대화의 기본은 피드백이다. 오는 말이 있으면 가는 말이 있어야 한단 뜻이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과의 대화>에 일방적으로 오는 건 있었지만 ‘나’의 의견을 이야기할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이날 메인 사회를 본 권재홍 앵커는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설득과 이해를 통해 갈등을 풀어가는 실마리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대통령의 대화>가 계속되길 바라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오히려 앞으로 권재홍 앵커가 진행하게 될 ‘MBC<100분토론>을 봐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대화’란 없는 일방적인 대통령의 정책설명회는 MBC를 비롯한 KBS, SBS 등 전국의 35개사 방송사를 통해 ‘대화’란 명명으로 생중계됐다. 이러한 방송사의 ‘일방적인 편성’으로 국민들은 또 다시 ‘국민들이 잘 몰라서 반대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어야만 했다.

국민 상식에서, 피드백이라는 ‘대화’의 의미에서 한 마디만 드리겠다. 보는 내내 이 이야기가 꼭 하고 싶었다.

“이명박 대통령,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