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개막을 맞게 됐다. 이 결정에 국내 야구팬들만이 아니라 현지 언론들도 하나같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누구나 박병호가 지명타자로 나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구단과 감독 모두 박병호를 원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박병호가 미네소타에서는 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박병호, 3할 타율에 6홈런으로도 미네소타의 일원이 될 수 없었다

미네소타 측은 박병호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마운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비교 대상으로 박병호가 미네소타의 다른 선수들에 밀리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이후 시즌에서도 그가 주전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아하다.

지난 시즌 초반의 화려함은 중반을 넘어서며 힘을 잃었다. 그리고 부상까지 따라왔던 박병호는 그렇게 시즌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박병호를 영입한 단장이 교체되며 그의 입지도 달라졌단 점이다. 미네소타 구단으로서는 큰돈을 투자하고 아직 남은 기간이 많았음에도 박병호를 버렸다.

마이너리그에서 개막을 맞는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른 구단은 아무런 돈도 들이지 않고 박병호를 데려갈 수도 있었지만 원하는 팀이 없었다. 그렇게 마이너에서 초청선수로 시범경기에 나선 박병호에겐 이 모든 경기들이 중요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홈런, 타율, 타점 모두 팀 내 1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냈다.

지난 시즌 지적되었던 빠른 직구에 대한 적응력이 확연하게 높아졌고, 스윙도 부드러워졌다. 박병호로선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모두 털어낼 수 있었을 듯했다. 하지만 지명타자 경쟁에서 우위에 선 박병호라는 점에서 마이너 행 결정은 당황스럽게 다가온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박병호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놀라운 결정이다. 이는 미네소타가 개막 로스터에 투수 13명을 넣으면서 생긴 일이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536 홈런 13타점을 기록한 박병호가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에 선수들도 충격을 받았다"

실제 현지 언론들이 더 아쉬움과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선택이 얼마나 의외인지 알 수 있게 한다. 미네소타 지역지인 '스타 트리뷴'은 박병호의 마이너 행에 대한 분위기를 전했다.

마이너리그에서 개막을 맞는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박병호가 마이너에서 시즌을 시작한 이유를 개막 로스터에 투수 13명을 넣으면서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단장이나 감독 모두 초반 팀을 위해 투수가 한 명 더 필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병호는 불펜 투수에 밀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쟁 관계인 야수에게도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더 우울하게 한다.

소속 선수들마저 박병호가 마이너로 내려갔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능력과 상관없이 주전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동료들에게도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인종 차별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100%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타율 0.191에 그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박병호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미네소타 지명타자 포지션 경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불펜 자원을 늘리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박병호와 케니스 바르가스 중 누가 승자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 역시 박병호의 마이너 행을 중요하게 다뤘다. 지난 시즌 아쉬움을 보였던 박병호가 시범경기에서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증명했지만 불펜에 밀려났다고 했다. 박병호와 지명타자 경쟁자인 바르가스의 승자가 누구냐가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로 미네소타 구단의 행태를 지적했다.

마이너리그에서 개막을 맞는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포지션 경쟁에서 밀렸다면 이는 이해할 수 있다. 그 경쟁자가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면 박병호에게도 기회가 온다. 하지만 그 문제가 아니라면 박병호에게 메이저 기회가 미네소타에서는 적거나 거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폴 몰리터 감독이나 데릭 펄비 야구 부문 사장은 어쩔 수 없이 박병호가 주전에서 탈락했다는 립 서비스를 했다. 펄비와 몰리터가 미는 투수들이 있었고, 그 선수들을 모두 쓰려다보니 투수 자원이 늘어났고, 그 상황에서 밀려난 것이 바로 박병호라는 지적들이 많다.

내부의 권력 싸움에 박병호가 실력과 상관없이 밀려났다면 이후에도 빈번하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회에 박병호가 다른 팀을 찾을 수 있다면 이적을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그저 미네소타에 충성을 다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2017 시즌 미네소타 그 어느 곳에도 박병호의 자리가 없었다. 어느 팀으로도 가지 못한 박병호에게 시범경기를 뛸 수 있게 해준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트윈스 내부에서는 시범경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이미 박병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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