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민주당 호남·충청 순회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승리하면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문재인 대세론'이 대선 본선까지 이어질 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각이 존재한다.

대세론에 대한 의문은 문재인 전 대표의 '확장성' 문제에서 기인한다. 문 전 대표가 결국 본선에서 과반득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종의 '확장성 한계' 프레임이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충청지역 순회경선에서 물 마시는 문재인 전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반문연대'를 구상하고 있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24일 "(문재인 전 대표는) 본선에서 많이 나와 봤자 43% 정도 득표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 전 대표는 "문재인이 대세론이라곤 하지만 지지율 30% 수준의 대세론이 어디 있느냐, 민주당 경선에선 문재인이 되겠지만 본선에선 힘들다"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데 최소한 그만큼은 나와야 대세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문 전 대표의 확장성을 문제삼았다.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에서 의원 멘토단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도 "확장성에 문제가 있는 문재인 후보는 매우 불안한 후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안희정 후보는 보수진영 후보와의 1대1 대결에서 모두 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 본선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면서 "확장성에 문제가 있는 문 후보보다 안 후보가 적합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도 "현재로선 박근혜 정부가 악이기 때문에 그 반대편에 있는 문재인 후보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박스권에 갇혀 뚫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선권 진입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30% 중반의 지지를 얻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지지율 정체 상태에 빠져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문 전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3월 1주차 35.2%, 2주차 36.1%, 3주차36.6%, 4주차 34.4%를 기록했다. 30일 발표한 3월 5주차 여론조사(27~29일까지 성인 1525명 대상 무선전화면접·유무선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9.5%,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5%p)에서도 문 전 대표는 35.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5주차 여론조사는 지난 27일 문재인 전 대표가 민주당 호남경선에서 60.2%의 압도적 득표로 승리한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다. 10%후반에서 20%초반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은 4주차 대비 5.1%p 감소한 12%에 머물렀다. 민주당 호남 경선 완패가 안 지사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안 지사를 이탈한 표심이 문 전 대표를 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 지역 순회경선에서 승기를 잡자, 안 지사 지지층은 안철수 전 대표에게 이동했다는 해석이 따라붙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문재인 전 대표가 가지고 있는 확장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반면 안희정 지사를 지지하던 표심을 일부 흡수한 안철수 전 대표는 새로운 '문재인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5주차 여론조사에서 전주 대비 4.8%p 오른 17.4%를 기록했다. 29일 발표된 알앤써치 여론조사(데일리안 의뢰로 27~28일 성인 1080명 대상으로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 실시, 응답률 3.8%,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1%p)에서도 안 전 대표는 전주 대비 5.4%p 상승한 16.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8일자 경향신문 칼럼.

28일자 경향신문 <안희정에게 박수를> 칼럼에서 박래용 논설위원은 이 같은 상황을 경고하기도 했다. 박 논설위원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일등공신은 안희정"이라면서 "안희정은 중도·보수 블루오션에 뛰어들어 이들을 야당으로 끌어왔고 누수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희정의 등장으로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 합은 2, 3월 두 달간 최저 46%에서 최고 61%로 안정적 박스권을 형성할 수 있었다"면서 "안희정이 없었다면 민주당 후보들이 지지율 파이를 키우면서 플러스섬 게임을 하기는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박래용 논설위원은 "문재인의 대세론은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문재인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면서 "관심은 경선 이후"라고 밝혔다. 박 논설위원은 "세 주자들의 합이 본선에서도 문재인 지지로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각 후보 지지자들이 적대적 관계가 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5년 전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안철수의 앙금을 풀지 못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문 전 대표는 5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문재인 대세론이 퍼져있기는 하지만 문재인 비토론도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다보니 유권자들이 문재인 대항마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엄 대표는 "처음엔 반기문 UN사무총장이었고, 그 다음은 이재명 성남시장, 그 다음은 안희정 지사였다. 이제 안철수 전 대표의 차례가 된 것"이라면서 "안철수 전 대표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엄경영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특징은 중도와 보수층에서 확장성이 있다. 50대 이상에서의 지지율이 높고,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두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안희정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패색이 짙어지면서 안 지사의 지지율 일부가 안 전 대표에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