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대영 KBS 사장의 ‘사드 보도 지침’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 성명을 제기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성재호 KBS본부장에 대한 징계 논의에 나섰다. 성주 ‘외부세력 개입’ 보도를 지적했던 이영섭 기자협회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사측이 불공정방송을 비판하는 구성원들에 보복 징계를 휘두른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고대영 KBS 사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1.29 scoop@yna.co.kr(끝)

지난 28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성명에 따르면 KBS는 지난 22일 특별인사위원회를 열고 고대영 사장의 임원회의 ‘사드 보도지침 발언’에 대해 비판 성명서를 게재했던 성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25일에는 성주 사드 반대 집회 관련 ‘외부세력 개입’ 리포트 제작 지시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성명을 썼던 이 기자협회장, 노준철 전 전국기자협회장, 이하늬 대구지회장에 대한 징계 논의도 있었다.

이 기자협회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주의는 징계와 달리 부과되는 특별한 패널티가 없다. 하지만 성 본부장에 대한 징계 여부 및 수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KBS가 성 본부장 등 4명을 상대로 징계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 8월부터였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언론노조 KBS본부와 기자협회의 성명서가 나온 이후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11월 초 인사위에 4명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4개월이 넘도록 인사위를 개최하지 않다가 돌연 인사위를 연 것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이) 국정농단 사태 속에서 징계를 강행했다가는 언론 탄압 등으로 사태가 커질 것 같아 눈치를 보며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며 “이제 대통령 선거에 온통 관심이 쏠리자 징계의 칼날을 빼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홍보팀 관계자는 29일 인사위가 4개월만에 개최된 이유에 대해 “개최 날짜는 특정된 게 아니라 운영위 과정에서 결정되고, 또 다른 인사 검토 사안이 있으면 늦춰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고 사장은 지난해 7월11일 임원 회의에서 김진수 전 KBS 해설위원의 사드 배치 비판 논평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다”는 등의 평가·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김 전 해설위원은 회의 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보도본부 밖으로 발령됐다.

▲KBS<뉴스9> 2016년 7월 19일 리포트 화면 갈무리.

또 노 전 전국기자협회장 등 3명은 지난해 7월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시위와 관련해 본사 보도 책임자들이 강압적으로 외부세력 개입이 확인됐다는 취지의 리포트를 제작하라고 지시한 데 항의하며 전국기자협회 성명서를 발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보도 지침’ 사태에 대해서는 “방송사업자에 해당하는 고 사장이 특정 이슈에 대한 보도에 대해 특정한 시각을 지시한 것은 보도에 대한 지침을 내린 것이고, 명백한 방송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외부세력 리포트 제작 지시’에 대해서는 “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짓밟으며 취재 실무자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부당하고 강압적인 취재와 제작 지시를 내린 사측 취재 책임자를 응징해야 마땅할 일을 두고 도리어 피해자를 처벌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고 사장과 그 하수인들은 명예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여전히 파면된 정권의 잔당들과 보조를 맞춰가며 불공정방송을 자행하고 이를 비판하는 노동조합과 기자협회에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이들이 저지르는 징계 보복은 다가올 적폐 청산의 정당성을 더욱 높이고 그 시기를 앞당겨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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