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제작국 간부가 세월호 인양을 다룬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비정상적으로 검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세월호 인양 결정이 미뤄진 원인이 정부·여당에 있음을 강조한 부분에 대해 삭제를 요구했고, ‘침몰 원인 규명’, ‘진실’ 등을 거론한 부분을 없애지 않으면 ‘불방’시키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장겸 사장 취임 이후 ‘탄핵’,’6월 민주항쟁‘ 등의 다큐멘터리 제작이 가로막힌 데 이어 내부검열이 강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6일 저녁 방송된 MBC<시사매거진 2580> 화면 갈무리.

MBC<시사매거진 2580>은 지난 26일 저녁 ‘세월호, 1073일만의 인양’이란 주제로 방송했다. 리포트에서는 세월호 인양 결정이 미뤄진 이유 등과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해당 아이템은 담당 부서의 정상적인 업무 절차를 따랐고, 방송 전날(25일) 데스킹을 거쳐 방송용 원고까지 확정됐으나 ‘불방’될 뻔한 일이 있었다.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이 리포트 내용 삭제·수정을 요구하면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민실위가 28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 국장은 25일 해당 기사에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메모를 언급한 부분과 세월호 진상 조사와 인양 노력을 평가절하한 여당 의원들의 발언, 그리고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를 해산시켰다는 등의 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6일 저녁 방송된 MBC<시사매거진 2580> 화면 갈무리.

제작진이 국장을 설득하며 해당 부분들이 삭제되지는 않았지만 표현에서 메모의 구체적인 내용은 사라졌고 정치인들의 발언 내용은 삭제됐다. 세월호 특조위 해산을 언급한 부분에서는 그 주체인 ‘정부’란 단어가 빠졌다. 불방을 막기 위해 국장의 지시를 어쩔 수 없이 수용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조 국장은 기자가 팽목항 현장에서 촬영한 중간 스탠드업 멘트를 지적하며 삭제·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 규명’을 언급한 부분을 없애는 대신 ‘국가의 안전 관리 시스템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대체하라는 지시였다.

또한 클로징 멘트에 적힌 ‘진실’이란 단어를 빼고 ‘정치적 갈등을 끌내야 한다’는 문장을 추가하라고 요구했고, “선체를 조사해야 침몰 원인을 밝힐 수 있다”는 박주민 의원의 인터뷰도 삭제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저녁 방송된 MBC<시사매거진 2580> 화면 갈무리.

조 국장은 이 같은 요구들을 수용하지 않으면 해당 리포트를 불방시키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담당 기자는 조 국장에게 ‘왜 이런 수정을 요구하는지’ 묻기 위해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조 국장은 불방을 고집했지만 제작진의 반발이 계속되자 방송 당일 오후가 돼서야 방송을 결정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조 국장의 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제작 절차를 무시한 비정상적 검열 행위”라며 “MBC 시사 프로그램 제작준칙은 ‘정확성과 진실성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데경영진과 간부들이 이 준칙을 아무렇지 않게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탄핵’, ‘6월 항쟁’ 다큐가 불방 되고 담당 PD들이 전출된 데 이어 세월호의 ‘진실’이 검열당했다”며 “김장겸 사장 취임 이후 MBC는 더욱 빠른 속도로 고립된 검열의 늪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스>는 28일 오후 조 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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