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전에서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한국인 투수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예정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들은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미디어 데이 & 팬 페스트 행사’에서 개막전 선발 투수를 공개했다.

우선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오는 31일 있을 개막전 선발투수로 예상대로 팀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예고했다. 이에 맞서는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으나, 예상을 깨고 새로이 영입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개막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LG 양상문 감독이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를 질문에 휴대전화의 문자 발생 프로그램을 이용해 선발 헨리 소사를 발표하자 류제국이 바라보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넥센 히어로즈는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개막전을 치른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좌완 앤디 밴헤켄을 선발로 내세우고, 이에 맞서는 LG의 양상문 감독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헨리 소사를 선발투수로 낙점했음을 보여줬다.

인천 문학구장(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SK와이번스와 kt위즈와의 '이동통신사 라이벌' 간의 개막전에서는 각각 메릴 켈리와 돈 로치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삼성 라이온즈의 홈 개막전으로 치러지는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은 잭 패트릭(삼성)과 헥터 노에시(KIA)가 선발 맞대결을 펼치고, 홈구장 마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을 갖는 NC 다이노스는 제프 맨쉽을, 롯데는 좌완 브룩스 레일리를 선발로 내세운다.

이렇게 오는 31일 오후 일제히 치러지는 2017시즌 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전에 출전하는 10명의 선발투수는 모두 외국인 선수들로 채워졌다. KBO리그에서 개막전 선발 투수가 전원 외국인으로 채워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IA 타이거즈 왼손 에이스 양현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5년 시즌 개막전에서는 양현종(KIA)을 빼고 9명이 외국인 투수였다. 또 지난 시즌에는 양현종과 송은범(한화), 김광현(SK), 차우찬(삼성) 등 4명의 한국인 선발투수가 개막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단 한 명의 한국인 투수도 개막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팀 별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무엇보다 개막전 승리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발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시즌 첫 승을 개막전에서 거두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KBO리그가 한국 야구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라는 점, 그리고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프로야구가 갖는 ‘선두 주자’라는 의미에 비추어 보면 시즌 개막전에 단 한 명의 한국인 선발투수도 팀의 시즌 개막을 열지 못하는 이 상황은 분명 유감스럽다. 한국 야구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10개 구단의 감독과 주장, 주요 선수들이 우승트로피를 가운데에 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개막전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한국 무대 경험이 없는 선수다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그들이 물론 시범경기를 통해 적응의 시간을 가졌다고는 하나 아직은 한국 야구 무대에서는 ‘초보운전’이나 다름없는 선수들이다.

개막전 승리를 위해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를 나름대로 고심 끝에 낙점한 감독들이겠지만 KBO리그를 지켜내고 발전시켜야 할 당사자로서 전략적으로 개막전만큼은 기량과 경험을 두루 지닌 한국 투수들을 개막전 선발투수로 우선 고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전 끝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안방에서 치러진 일정에서 극심한 부진 속에 탈락하고 말았다. 메이저리거들의 합류가 대부분 불발되고, 국내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에 실패하면서 전력 공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투수진은 인물난이 더욱 더 심각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와 같은 형상이 벌어진 이유는 결국 국내 선수들이 제대로 키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두산이 2년 연속 KBO리그를 평정하고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시간과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의 개막전 마운드에도 가장 먼저 올라서는 사람은 외국인 투수인 니퍼트다.

이렇게 올 시즌 KBO리그 프로야구는 이렇게 시작도 하기 전에 씁쓸한 공기를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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