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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2년, "'대주주의 생각대로' SBS"[인터뷰]'4대 개혁과제' 제시한 심석태 SBS노조위원장
곽상아 기자 | 승인 2009.11.20 16:17

세습경영, 사영방송 등의 논란을 빚었던 SBS가 '방송의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 2년째다.

소유경영분리, 경영투명성 강화 등을 위해 추진된 지주회사 전환이었으나, 심석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현 상황을 인기 CM송인 '생각대로T'에 빗대 "'대주주의 생각대로'인 구조가 돼버렸다"고 혹평했다.

   
  ▲ 심석태 SBS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목동 SBS사옥 1층 로비에서 열린 조합원 비상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SBS본부  
 
심 본부장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대주주가 공언한 '독립경영, 책임경영'이라는 약속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대주주는 사원과 조합의 신뢰를 모두 짓밟고, 완전히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버렸다"며 "그동안 노조는 콘텐츠 거래 정상화,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등 올바른 지주회사제 정착을 위해 여러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사측이 워낙 작심한 채 '마이웨이'를 해왔기 때문에 얻어낸 것들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대주주 전횡 바로잡지 못하면 SBS의 미래는 없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현 노조 집행부는 임기를 1달 반 남겨둔 지난 13일 △SBS의 독립·책임 경영 약속 이행 △공정방송과 투명경영 보장을 위한 제도 도입 △대주주 전횡방지 방안 제도화 △노사공동으로 SBS장기비전 수립 등 'SBS 정상화를 위한 4대 개혁과제'를 천명하기도 했다.

심 본부장은 "임기를 1달 반 남겨둔 상황에서 지주회사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 대주주의 전횡을 바로잡지 않으면 향후 SBS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라며 "미디어법 등 외부 이슈도 중요하지만 당장 SBS를 바로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SBS경영진은 자신들의 '임면권'을 쥐고 있는 대주주의 심기를 거스르기 불편해 SBS가 손해를 보든 말든 대주주한테 매달리고 있다"고 강조한 심 본부장은 "과거 'SBS개혁'을 주장해왔던 시민단체들은 이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권력의 언론장악만큼이나 자본의 언론장악도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2008년 3월 지주회사 전환으로 SBS의 지분 30%를 갖고있던 태영건설은 주식을 처분하고 SBS 대주주의 자리에서 물러났고, 대신 이 자리에는 지주회사인 SBS홀딩스가 들어섰다. 태영건설은 SBS홀딩스의 지분을 60여% 보유함으로써 SBS홀딩스의 대주주가 됐다. 

다음은 19일,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만난 심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주회사 전환, 촛불집회, 언론노조 총파업 등 재임 기간 중 굵직한 일들이 많았다. 임기를 마치는 소회가 어떠한가?

"2년이 참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콘텐츠 거래 정상화 등 노조가 제기한 지주회사 문제들에 대해 워낙 사측이 작심한 채 '마이 웨이'를 해왔기 때문에 얻어낸 것들이 별로 없다. 언론악법 문제로 외부 일이 많아서 내부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안타깝고 아쉽다.

임기를 1달 반 남겨둔 상황에서 지주회사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은 지금 시점에서 대주주의 전횡을 바로잡지 않으면 조직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현 집행부에서 어느 정도 분명한 그림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SBS를 바로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사 20주년을 계기로, SBS의 구성원들이 SBS를 바로세우는 투쟁을 진행해가야 한다."

   
  ▲ 13일 오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개최된 SBS본부의 비상총회. ⓒ언론노조 SBS본부  
 

- 소유경영분리를 위해 지난해 3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는데 현 주소를 평가한다면?

"지주회사제는 2004년 대주주가 '방송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방송의 공익성을 보장해주는 선진 기업경영모델'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이후 추진된 제도다. 그런데 현재 대주주는 사원과 조합의 신뢰를 모두 짓밟고, 완전히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버렸고 앞으로 더욱 고착화시키려하고 있다. 대주주의 '생각대로 T'라고 비유할 만하다.

필요하다면 구조상의 문제점에 대해 '법적' 문제제기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으로 가기 전에 대주주가 정신차리길 조금은 기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 'SBS개혁'을 주장해왔던 시민단체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권력의 언론장악만큼이나 자본의 언론장악도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SBS가 손해 보든 말든 대주주 눈치만 보는 경영진"

- 지주회사 체제에서 SBS가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는데.

"대주주는 SBS의 지분을 30% 가지고 있으나, SBS프로덕션·SBS드라마플러스 등 돈 잘버는 계열사들에는 100% 가까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당연히 대주주로서는 그 회사들에서 수익이 나는 게 좋은 구조다. 작년에 SBS가 77억 흑자를 기록할 때, SBS 콘텐츠 중 드라마를 방영하는 SBS플러스는 152억의 흑자를 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보다 유통사업만을 담당하는 회사가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낸 것이다. 올해 역시 현재까지 SBS플러스가 낸 수익이 SBS의 2배에 달한다.

이는 지주회사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인데, 앞으로도 이런식의 사업구조를 계속 가져간다면 SBS의 미래가 어둡다. 대주주가 SBS의 수익을 부당하게 유출해가면, 이는 바로 SBS의 경영악화/인건비 인하/품질하락으로 직결된다. 적자나는 상황에서 고품질의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만들 수 있겠는가?"

- SBS경영진의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경영진들은 SBS가 손해를 보든 말든 대주주한테 매달리고 있다.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임면권을 쥐고 있는 대주주의 심기를 거스르기 불편할 것이다. 특히 수익유출 등의 이야기는 대주주에게 민감한 부분이다.

4대 개혁과제 중 두번째인 '조합원 총투표로 본부장·실장·총괄CP 수시 중간평가' '해당 조합원 총투표로 보직간부 상향평가 실시' 등과 같은 제도도입 요구는 대주주의 눈치만 보고있는 경영진을 노조가 견제하기 위함이다."

"미디어렙, SBS홀딩스 자회사로 가면 안돼…SBS, 자본의 앞잡이 돼선 안 된다"

- 임금체불 문제가 결국 법정으로까지 가게 됐는데.

"연말 흑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것은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함이다. 노조 조직력 약화에 근로조건 후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이것을 막아내지 못하면 노조의 조직력은 자연스럽게 약화된다.

또, SBS홀딩스가 SBS의 수익을 다 뽑아가면서도 (SBS의) 경영이 정상적으로 굴러가려면 경영진으로서는 인건비를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왜곡된 콘텐츠 거래 구조와 본질적으로 한덩어리인 문제라고 보면 된다."
 
- 미디어렙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SBS홀딩스는 '1사 1렙' 쪽인데.

"1사 1렙이 MBC나 SBS에 편리한 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설사 1사 1렙이 된다 해도 SBS홀딩스가 미디어렙을 자회사로 두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만약 대주주가 미디어렙을 자회사로 둘 거면 아예 방송사 지분을 못 가지게 하는 게 맞다. 홀딩스가 미디어렙을 자회사로 둬서, 콘텐츠 판매 뿐만 아니라 방송광고 판매까지 다 장악하게 되면 SBS는 프로덕션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SBS는 자본의 앞잡이가 돼선 안 된다."

- 기자 출신으로서, SBS뉴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SBS보도국 내에는 '특정정파에 경도되지 않겠다'는 의식이 상당히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적 균형'이 약간 '면피성 균형'이 돼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떤 사안에 있어서 '잘한 사람'과 '잘못한 사람'이 명확히 구분될 때에는 확실하게 보도해줘야 하는데 아직 이런 부분을 치고나갈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한 것 같다. 상업방송으로서의 한계를 자꾸 설정하려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 대주주와의 관계탓도 있을 것이다.

사안이 표면화되지 않았을 때 먼저 발굴해 치고들어가는 부분도 과거보다 후퇴한 것 같다." 

- 차기 노조에 당부 내지 부탁할 게 있다면?

"내년에는 '4대개혁 과제'를 기필코 달성해주길 바란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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