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양지 기자]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지방의회의 의장 선출과 관련한 담합이 실체적 진실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부산시 부산진구의 얘기이며, 이미 곪을 대로 곪아 결국 터져버린 지역정치 카르텔과 관련한 얘기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 담합 사실로 물의를 일으킨 부산진구가 바로 당협 위원장 자질 문제로 계속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어서 주목된다. 또한 담합 과정에서 부산진갑 나성린 당협위원장의 핵심 측근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밝혀져 사건으로 인한 여파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산진구의회가 자리한 부산진구청 전경.

최근 부산진구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구의원 10명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죄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짬짜미’ 담합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건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결과를 발표한 건 13일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지난해 10월경에 부산진구의회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소속 의원들이 관련 내용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부산진구의회 더민주 소속 의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2014년 7월 6일 제7대 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10명은 담합으로 합의서를 만들었다. 또한 여당 의원 2명을 각각 전·후반기 의장으로 추대한다는 내용을 담아 이 합의서에 각기 날인했다.

또한 이들은 강외희 의원을 의장으로 추대키로 합의한 뒤 이탈을 막기 위해 투표용지에 기표난의 상하좌우에다 기표 위치를 미리 정하고 의장선거 투표에 임했다.

게다가 이들은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의장과 부의장을 비롯,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싹쓸이했다. 특히 이는 최근 중점 단속사항으로 꼽히는 ‘갑질 횡포’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산진구의회 의원들 간에 오고간 합의서 사본.

관련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건 이미 밝혔듯이 더민주 의원들이 경찰에 의장선거 불법행위에 관해 고소장을 제출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전반기 의장을 지낸 강외희 의장이 당초 합의를 깨고 후반기까지 연임한 게 근본적인 이유였다. 이를 보다 못한 더민주 의원들이 나서면서 비로소 사건화가 됐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보다 뿌리 깊고 관행화된 지방정치의 이전투구가 이 사건의 본질이란 분석이다. 경찰의 발표와는 달리 더민주 소속 일부 의원들마저 의장 담합에 함께 참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점이 바로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이 대목은 이번 사건을 여야를 막론하고 기득권 논리에 사로잡힌 지역정치 카르텔이 빚어낸 촌극으로 만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당협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통솔력과 장악력이 약해진 탓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은 의장 담합 과정에서 부산진갑 나성린 당협위원장의 핵심측근인 김 모 보좌관이 깊숙이 관여한 사실을 기초로 한다. 물론 이 사실은 이미 그 자체로 거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담합이 이뤄진 2014년 당시엔 나성린 당협위원장이 현역의원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당협위원장의 통솔력이 약해지자 지역정치를 조율할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결국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나 위원장은 최근 들어 지역구 소속 당원들로부터 위원장 사퇴 요구를 거세게 받고 있다.

이처럼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흐린 사건이 부산에서 발생해 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당 사건이 부산의 최대 번화가인 서면을 안은 부산진구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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