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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황창규 KT 회장 연임 반대해야"[인터뷰] 최경진 국민연금 노조위원장 "사회적 책무 저버려"
박기영 기자 | 승인 2017.03.23 17:18

[미디어스=박기영 기자] 최경진 국민연금공단 노동조합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황창규 KT 회장의 연임 반대 의견을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KT의 최대주주로,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황 회장의 연임 여부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미디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황 회장이)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원을 출연했고 부당한 인사를 했다. 또, 9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정리해고해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본질은 '단순히 수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투기자본'이 아닌 '사회적 책무가 있는 투자기관'"이라며 "반대해야 할 때 반대하지 않고 있어 '주총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558조원의 운용기금 중 102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 중 54조원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 또한 140개 회사에서 주식을 대량 보유해 주요주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서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국내 '기업 윤리'가 변할 수 있다. 

미디어스는 최경진 국민연금 노동조합 위원장과의 1문 1답을 통해 내부에서 바라본 국민연금의 '공적 책무'를 정리했다.  

국민연금 노조 최경진 위원장.(제공=국민연금 노조)

-최근 황창규 KT 회장의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왜 반대했나?

오는 24일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 KT 황창규 회장의 연임문제에 국민연금이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원을 출연하고 검찰조사에서 부당한 인사나 사업청탁을 수용한 사실들이 확인됐다.

긍정적인 경영성과를 연임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지난 2014년 9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아웃소싱, 단통법 시행에 따른 마케팅비용 절감 등에 의한 일종의 착시효과일 뿐이다. 이미 의결권자문기관인 ‘서스틴 베스트’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까지 연임에 반대해야한다고 권고하고 나섰다.

국민연금기금의 투자기준이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나 노동이나 윤리 등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명시적인 근거만 있을 뿐 이를 담보할 세부적인 행사범위나 기준 등이 미약하다.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무는?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기금이다. 주주의 금전적 이익이나, 수익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투기자본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국민연금의)사회적 책무는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것만이 문제 의식을 반영해야 한다.

지난 옥시사태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반윤리적인 기업에게도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투자하는 것이 정당한가? 확산탄처럼 비인도적인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에게 투자하는 것이 정당한가?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하거나 노동자를 구조조정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하청기업에 갑질 횡포를 부려도 수익률만 낼 수 있으면 괜찮은가?

사회적 책무 규정은 기금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며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나?

국민연금은 보유지분율 1% 미만이나 국내외 주식의 0.5% 미만 보유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반대의견도 많이 낸다. 89개 기관투자자 가운데 국민연금의 반대율은 14.78%로 두 번째로 높다.

문제는 반대해야 할 때 반대하지 않고 있어 '주총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배임·횡령한 지배주주의 선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한 행사기준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의결권 행사의 기준과 범위를 더욱 구체화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연금기금이 국내 주식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고려할 때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국민연금은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기금을 운용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민연금기금’이라는 말 자체에 답이 있다. 국민이 노후를 위해 만든 기금이다.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한다. 예전처럼 정부가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갖다 쓰거나, 금융시장 부양을 위해 동원하듯 운영하면 안 된다.

박근혜-최순실-삼성 등 재벌로 이어지는 비리게이트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 역시 정치권력과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얼마나 취약한 구조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검이 삼성합병 과정에서의 국민연금 손해액이 1388억원이라고 특정했지만, 국민의 신뢰 훼손은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손해다.

국민의 노후를 위해 국민에 의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운용 원칙이 돼야 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100조원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 중 절반이 10대 재벌대기업에 투자되고 있고, 이 중에서도 삼성에 대한 투자규모가 가장 높다. 오래전부터 경제민주화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국민연금기금의 역할이 강조돼 왔다. 이를 위해서는 의결권 행사 의사결정구조를 개선하고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세부적인 범위와 기준을 마련해 적용해야한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분사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찬성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한 의견은?

현대중공업 분사의 문제 역시 최대주주인 정몽준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진행됐다. 분할 이후 최대주주인 정몽준은 기존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10.15%로 그대로 유지되고, 현대로보틱스를 통해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에 대한 13.37%의 지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삼성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고리로 계열사에 대한 지배구조를 강화한 것과 유사한 셈이다.

현대중공업 문제는 주총 통과 이후 연금행동과 함께 후속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내용을 떠나 만약 연금노조의 의사가 그대로 반영되는 의사결정구조라면 그것이 더 문제 아닌가?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재무적 수익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책임투자 요소들을 고려해야하고 이를 위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투명하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례처럼 재벌체제를 유지 강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을 ‘제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강조하고 싶은 말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하나는 이재용 방지법으로, 연금지부가 연금행동과 함께 권미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 운용과 주주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이다. 또 하나는 문형표 방지법이다. 새로운 이사장을 선임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위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민주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적임자가 선정돼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연금이다. 앞으로도 국민연금노조는 국민의 노후를 지키고, 국민연금제도와 기금을 올바로 개선하기 위해 최선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박기영 기자  parkgiyoung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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