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후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은 KBS 사장추천위원회가 서류 심사를 통해 최종 압축한 5명의 후임 사장 후보 가운데 ‘구속과 해고’를 결의하면서까지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은 이러한 노조의 행보에 대해 “가장 유력한 낙점 후보인 이병순 현 사장이 연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눈 감겠다는 의미로 읽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13일 KBS 사장추천위원회는 서류 심사 과정을 거쳐 이병순 현 KBS 사장,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강동순 전 KBS 감사, 이봉희 전 KBS LA 사장, 홍미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계약직지부장 등 5명을 후임 사장 후보로 압축했다. KBS이사회는 오는 17일 오전 10시30분 임시이사회를 통해 최종 후보 선정 방식 등을 논의하며, 19일 면접을 통해 차기 사장 후보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어 20일 청와대에 임명 제청한다.

김인규·이병순·강동순 절대불가에서 ‘김인규’ 반대

▲ 이병순 현 KBS사장(왼쪽)과 김인규 후보(오른쪽).
KBS노조는 당초 지난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김인규 회장과 이병순 사장, 강동순 전 감사를 “공영방송 KBS사장 절대불가” 인물로 분류한 뒤 “즉각 공모 철회하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이들에 대한 KBS사장 절대불가 이유로 △김인규씨는 이명박 후보 선대위 방송전략실장과 당선인 언론보좌역을 등을 지냈으며 MB 낙하산 논란으로 지난번 사장 공모를 자진 포기 △이병순씨는 KBS내부구성원 76.9%가 연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지난 1년 동안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인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강동순 씨는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언론을 어떻게 장악할지 논의한 이른바 ‘녹취록 파문’의 핵심 당사자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물 등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뒤인 12일 KBS노조는 ‘MB 낙하산 김인규 오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장 절대불가’ 3명 가운데 유독 김인규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KBS노조는 “만약 김인규 씨가 이사회를 통해 최종 후보로 선정될 경우 우리는 방송 장악 의도가 없다고 누누이 밝힌 이 정권이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파기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은 물론 정권 퇴진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 전원, 구속과 해고까지 결의하면서 반대”

이어 오늘(16일), KBS노조는 노조 집행부는 집행부 전원이 구속과 해고를 결의하면서까지 김인규 후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다시 한 번 밝혔다.

KBS노조 집행부는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해 집행부 전원이 구속과 해고를 결의한다’는 제목의 결의문에서 “특보 출신 사장을 앉힌다는 것은 KBS를 독재 정권 회귀의 제물로 삼겠다는 야욕으로, 그것은 ‘언론장악’”이라며 “후안무치 권력과의 투쟁엔 애초부터 타협의 조건은 없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장악’의 깃발을 올리고 특보출신을 앞세워 진군한다면 KBS는 민주주의 사수 투쟁의 처절한 전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특보 사장이 KBS에 발을 들여놓겠다면 백정의 칼을 들고 12대 집행부 전원의 목을 쳐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영어의 몸이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평생직장을 잃어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역사의 십자가를 지고 투쟁의 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KBS노조가 사장추천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한 호텔 주차장에서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KBS특보

사원행동 “이병순 연임 눈 감겠다는 의미로 읽고 있어”

그러나 김인규 후보 반대를 위해 구속와 해직까지 결의한 노조에 대해 정작 내부 구성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KBS사원행동은 오늘 발표한 성명을 통해 “KBS 사내외에서는 노조가 가장 유력한 낙점 후보인 이병순 현 사장이 연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눈 감겠다는 의미로 읽고 있다”며 유독 김인규 후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힌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원행동은 “이 역사적이고 엄중한 투쟁을 앞두고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주 목요일(12일) 노동조합은 이해할 수 없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인규씨가 사장으로 오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는데 성명서 어디에도 나머지 2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성명서를 두고 사내외에서는 노조가 가장 유력한 낙점 후보인 이병순 현 사장이 연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눈 감겠다는 의미로 행간을 읽고 있다”며 “성명서는 조합원들과 나머지 사원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고 그 동안 조합 집행부가 보여 온 행보들은 이런 불신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원행동은 노조를 향해 정도를 걸을 것을 촉구하며 “노조집행부는 전체 조합원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한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위 3인(김인규, 이병순, 강동순)에 대한 이사회의 사장 제청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라! 필사즉생의 각오로 이병순 연임 분쇄와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에 나서라”고 밝혔다.

▲ 노조 집행부가 김인규 후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히며 구속과 해고를 결의하고 있는 결의문 ⓒKBS특보

“이병순 연임반대율 근거로 즉각적인 파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

한편, KBS노조는 오늘 발행한 특보를 통해 유독 김인규 후보를 반대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노조는 “특정정당(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당선을 위해 언론특보로 일했다는 것은 그 정당을 지지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특히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언론보좌역으로 임명돼 일한 것은 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홍보수석과 그 기능상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냐”며 “만약 조합의 준엄한 경고를 무시하고 김인규씨를 KBS사장으로 낙점할 경우 우리는 MB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음모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우리의 최대, 최후의 저항 수단인 총파업을 통한 정권 퇴진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순 사장 연임에 대해서는 “이병순 사장이 만약 연임이 된다면 조합원들이 지적하신 이병순 사장의 부족한 자질인 정치적 독립성과 민주적 리더십, 공영방송 마인드, 경영능력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출근저지투쟁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병순 씨가 개선의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필요하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까지 불사해 이병순 씨에 대한 인격개조 작업을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순 후보에 대해서는 사내 구성원 76.9%가 연임을 반대했는데 왜 파업 같은 투쟁 수단을 동원해 즉각적인 퇴진 투쟁에 나서지 않았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성원의 연임반대율을 근거로 즉각적인 파업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2006년 정연주 사장 연임에 대한 반대가 82.2%가 나왔을 때도 노조는 정연주 사장 연임반대를 걸고 파업찬반투표를 벌이지 않았다. 적어도 KBS노조의 파업은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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