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저희가 최저 임금 몰라서, 노동법 몰라서 당하고 삽니까? 이렇게 해고당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몰라서 회사에서 고개 숙이고 삽니까? 감히 예견하건데 이런 사건은 또 일어날 것입니다” 고등학생들의 현장실습 적폐와 개선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차준우 노동인권 교육 사무처장의 말이다.

22일 국회에서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미디어스

지난 1월 현장실습을 나간 고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리 감독해야 하는 교육청은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고, 학교는 ‘취업률’이란 명목을 위해 학생들을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았다.

기업은 거칠 것이 없다. 어른들이 ‘제발 일하게 해달라’며 등 떠미는 학생들을 싼 값에 부리면 그만이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과 인원의 사각지대 산업체 현장실습,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강문식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에 관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부산 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은 현장실습생들이 어떤 회사에 가서 일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몇 명이나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을 대략으로나마 파악하고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이곳마저도 취업 포탈 현황에서 집계된 자료를 공개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또, 전북 소재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중 1689명이 전공과 상관없는 빵집, 편의점, 요식업체 등 단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급 발암물질 배출 사업장에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도 36명이나 됐다.

교육부가 지난 17일 공개한 현장실습 모니터링 시스템에 따르면 593개 학교4만4601명의 특성화고 현상실습생들 중 표준협약을 미체결 사례는 238곳이며 유해업무를 하는 곳은 43곳에 달했다.

사실상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에 대한 안전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원래는 해당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고충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써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청소년 노동조합 백종연 씨는 “나는 특성화고 졸업생이다. 당시 봐왔던 현장실습을 말하면 현장실습이라기보다 조기취업이 맞다”고 못 박았다. 이어 “기업에서 학교로 돌아가면 징계를 받는다. 선생님들이 내년에 취업 보낼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든다고 압박을 준다”고 증언했다.

그는 “(현장실습생은)여기서 그만두면 다른데서는 취업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인식이 있고, 그런 인식을 강요받는다. 이런 인식은 살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생과 관련된 유사 사건 사례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CJ제일제당, 2015년 경기도 성남의 외식업체 조리부, 2017년 대림산업 협력업체 등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2012년 석정건설, 2014년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2016년 은성 PSD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들은 사고를 당하거나 쓰러졌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해 1월,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학생은 학교·회사·학생 3자간 체결한 협약서와 다른 저임금 노동을 했고 ‘욕받이’ 부서에서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차준우 비정규직 센터 노동인권 교육 사무처장은 “현장실습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인권 교육이나 다른 대안보다는 정기적으로 학생들이 현장실습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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