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르면서 자유당과 바른정당의 보수후보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선후보 단일화 이후 양당 통합에 관한 논의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위장이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지난 2013년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던 홍준표 경남지사, 김무성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손을 잡고 앉아있다. (연합뉴스)

15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홍준표 지사가 후보단일화 논의를 위해 회동한 데 이어, 20일 홍문표 바른정당 의원은 "보수대연합을 진행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유당 초선의원 26명도 당 지도부에 바른정당과의 대선후보 단일화를 건의했다. 지난 2월 홍준표 지사는 "바른정당이나 자유당이나 둘 다 같은 정당이다. 이혼한 게 아니라 별거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 중심으로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선 단일화, 후 통합 단계를 거쳐 보수당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바른정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선 전 통합은 어렵겠지만, 선거 후에는 결국 자유당과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탈당해,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세우겠다며 창당한 정당이다. 바른정당은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를 강조하며 야당의 전유물과 같았던 재벌개혁, 중부담·중복지 등의 진보적인 경제관련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바른정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진짜 보수'라고 정했다. 지난 1월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초대 당 대표로 추대된 정병국 전 대표는 "새누리당은 보수의 기본 가치를 배신한 가짜 보수"라며 "바른정당이 보수의 명예를 회복하고, 대한민국의 성취를 이끈 진짜 보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김무성 의원은 "우리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세우려고 애썼으나 새누리당의 후안무치한 패권정치, 대한민국의 헌법 유린과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다"면서 국민들의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당 2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바른정당은 얼굴색을 바꾸고 있다. 이유는 있기 마련이다. 바른정당의 변신에는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정체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매일경제·MBN의뢰, 19~20일 전국 유권자 1509명 대상, 유·무선 병행 조사, 응답률 9.8%,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5%p)에서 유승민 의원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1.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알앤써치가 실시한 여론조사(19~21일 전국 성인남녀 1589명 대상, 무선 자동응답, 응답률 3.3%,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5%p)에서도 유승민 의원이 2.4%, 남경필 지사가 0.6%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양자대결로 압축된 바른정당 대선 경선은 국민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 바른정당은 이미 호남과 영남 지역에서 경선을 마쳤다. 유승민 의원이 남경필 지사를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특별한 여론의 반향은 없다. 포털에 게시된 관련 기사의 댓글 마저 깨끗한 상황이다.

바른정당의 낮은 정당지지율도 이유로 꼽힌다.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창당 초기 2~3위권으로 시작한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하락을 거듭한 끝에 4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MBN·매일경제 의뢰, 15~17일 전국 유권자 2025명 대상, 유·무선 조사, 응답률 8.6%,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2%p)에서 바른정당은 4.8%의 지지를 얻어 6%의 지지율을 기록한 정의당에게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22일 발표된 알앤써치 여론조사에서 바른정당은 7.2%의 지지를 얻어 정의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역의원이 30명이나 되는 정당의 지지율 치고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반면 자유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2~3위를 유지하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양새다.

자유당과 선거연대를 단행하고, 합당 수순을 밟는다면 바른정당은 한국정치사에 초단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피할 길 없다. 바른정당이 자유당과 손을 잡을 명분도 없다. 자유당은 여전히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탈당 이유가 됐던 친박계 의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이 당장 대선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유당의 손을 잡는다면 한국의 보수는 또 다시 친박을 중심으로 하는 극우세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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